[Money&Life]금융, ‘글로벌-디지털’ 양 날개로 더 높이 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요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2018년 경영 전략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금융환경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위협이 커지는 동시에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업체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흐름도 반갑지만은 않다. 금리가 오르면서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과 대중(對中) 관계는 그나마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던 수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권 수장(首長)들은 해외 진출과 디지털 혁신 등을 주요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국내 시장에서 손쉬운 대출 영업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계를 대표하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2018년 경영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과 디지털로 ‘리딩 금융그룹’

국내 금융수장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리딩 금융그룹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는 신한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2020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그룹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 특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그룹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통합 인증 서비스 개발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신기술에 고객 친화적인 디지털 경쟁력을 더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하겠다”며 “순이익이나 자산 규모보다 고객으로부터 ‘최고의 회사’로 인정받는 리딩 금융그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글로벌 분야는 그룹 안팎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디지털 분야에서는 생태계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하나금융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인 ‘하나멤버스’를 상품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가 갖지 못한 농협금융만의 전략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2022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농업금융에 대한 강점을 활용해 아시아 현지 농업개발 수요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해 1분기(1∼3월)까지 해외에 500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서비스를 현지화하겠다”며 “디지털 역량 강화,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중심으로 소매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국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미 진출한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필리핀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극동러시아에 진출해 ‘IBK 동아시아벨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1∼6월) 중 인도네시아의 현지 은행 2개를 인수해 IBK인도네시아 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서민과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줄 확


금융수장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포용적 금융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은행 자금이 중소·벤처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은 혁신 기업에 대한 직간접적 투자 규모를 매년 그룹 당기 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위해 2020년까지 3년간 15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하나벤처펀드’(가칭)를 만들어 유망 벤처를 발굴해 육성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에게 금리 우대 폭을 늘려주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높아진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투자를 유치한 초기 기업에 금리 우대 혜택을 주고, 혁신창업·벤처 지원센터 ‘IBK창공(創工)’을 통해 창업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영세 소상공인에게 금리를 깎아주는 ‘해내리대출’도 판매하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