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태국인들은 왜 꾸중 들어도 미소 지을까

  • Array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태국인의 미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벼운 즐거움이나 반가움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태국 방콕 소재 삼성전자 판매법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태국인 직원이 일을 잘못 처리해서 한국인 상사가 꾸짖었는데 그 직원은 미안해하는 표정은커녕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고 합니다. ‘외국인이라고 날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심하게 호통을 쳤답니다.

이 일로 그는 태국인들 사이에 가혹한 상사로 찍혔습니다. 태국인들은 미안하고 불편할 때도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죠.

태국 사람들은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고 체면도 중시해 실망스럽게 만들거나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은 직접 하길 꺼린다고 합니다. 한 예로 골프장에서 공이 물에 빠졌을 확률이 90%인데도 태국인 캐디들은 대부분 “공이 물에 빠지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말해준다는 거죠. 난처할 때도 “사바이 사바이(편안하다)” “마이펠라이(괜찮다)”라는 말을 꺼냅니다.

동아일보의 신년기획인 ‘용솟음치는 아시아’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편을 취재하려 방문했던 아세안 각국은 나라별로 특색이 뚜렷하고 문화도 제각각이며 사람들도 개성이 넘쳤습니다. 베트남은 술 문화가 독특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술잔을 완전히 비울 때까지 첨잔하지 않는 것과 달리 베트남인은 ‘술잔을 꽉 채워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 술을 조금만 마셔도 계속 따라줍니다. 물정 모르는 한국 사람은 술을 따라주는 족족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마시다가 인사불성이 되기 십상이죠.

소비 취향도 제각각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목적차량(MPV)이 잘 팔리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승용차가, 태국에선 픽업트럭이 인기가 높습니다. 태국에선 스타일리시한 분홍 휴대전화가, 인도네시아에선 문자 보내기 편한 휴대전화가 잘 나간답니다.

‘동남아’ 하면 ‘덥고 습하고 삶이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날씨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많은 3만4760달러의 싱가포르와 640달러에 불과한 캄보디아가 있고, 국민 90%가 불교도인 태국과 이슬람교가 90%인 인도네시아도 아세안으로 같이 묶여 있습니다. 아세안은 같은 경제권이라지만 한 국가에서 히트 친 제품이나 마케팅으로 아세안 전체를 공략하면 곧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거대 경제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