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이건희 회장 발언에 술렁이는 현대차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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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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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2일 출국하면서 던진 ‘젊은 조직’이라는 화두가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둔 재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발언이 다른 그룹 인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세대교체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부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발언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입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의 동향에 관심이 많지만 이번에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우리 그룹에서 궁금해하는 분이 많더라”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12일 만난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의 발언은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줄 것 같으냐”며 궁금해했습니다.

현대차그룹에서 이 회장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부회장 수가 많고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부회장이 14명인 반면 삼성그룹 부회장은 5명, SK그룹은 6명, LG그룹은 4명입니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14명 중 정의선 부회장과 ‘실세 부회장’으로 통하는 김용환 부회장 등 2명을 제외한 12명이 55세 이상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을 뺀 부회장 13명의 평균 연령은 58.3세입니다. 삼성그룹 부회장 5명은 모두 60세 이상이지만 그중 3명은 대외 활동만 할 뿐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세대교체의 칼을 빼 든다면 그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앞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을 정의선 부회장과 호흡을 맞출 젊은 임원들이 올해 연말 인사 때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인사 때는 신규 임원이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최대인 130명에 이르자 정의선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세대교체의 기운이 움트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발언이 나오자 이번 연말 인사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입니다.


황진영 산업부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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