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 입력 2003년 1월 26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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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앞날이 불투명하고 불안하면 움츠러든다. 위험한 주식에서 손을 빼 금이나 국채같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간다. 금융시장에선 이를 ‘안전선호’라고 부른다.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극심한 안전선호 현상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식으로 나스닥지수는 지난 주말 3.32%나 떨어졌다. 다우지수도 2.85% 하락한 8131.01에 마감해 작년 10월16일(8036.03) 이후 가장 낮았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북한 핵 문제와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쳐 최근 6일 동안 6.05%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10년짜리 재무부증권(TB) 수익률은 연 3.92%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온스당 368.40달러까지 올라 6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현재 한국의 MMF 수탁고는 올 들어 11조2174억원이나 늘어나 23일 현재 60조4560억원으로 불었다.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자 기관과 개인이 손절매에 나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개별 기관이나 개인이 손절매로 위험을 줄이려는 것은 합리적 행동이지만 시장 전체로는 주가폭락 위험을 높이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때문에 ‘시장의 실패’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심리학에 리프레이밍(Reframin-g)이란 말이 있다. 틀(액자)을 바꾸면 그림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조건을 변화시켜 의미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반쯤 비었다고 보이던 물잔이 반이나 채워진 것으로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신분석학자인 토머스 자스는 “동물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먹느냐 먹히느냐이지만 인간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정의(定義)하느냐 정의되느냐”라고 갈파했다. 사람의 삶은 정의하는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

심리적 공황(panic)으로 주가가 많이 빠질 때도 리프레이밍을 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존 템플턴, 앙드레 코스톨라니, 워런 버핏 등이 큰돈을 번 것은 남과 다른 액자로 폭락장세를 급등의 시작으로 새롭게 정의한 덕택이었다.

최근의 주가급락은 외환위기 때 돈을 못 번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은 증시에서도 몇 차례 확인됐다.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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