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바닥의 신호' 읽는 법

  • 입력 2003년 2월 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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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리는 게 주가다. 투자자들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도록 주가가 급락한 뒤에는 급등이 찾아오고 더 이상 하락은 없다며 상승의 감미로움에 빠져 있을 때 폭락이 이어진다.

‘1월 효과’를 기대하면서 출발이 좋았던 증시가 600선마저 무너진 채 마감했다. 주가 상승을 점쳤던 전문가들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를 걱정하고 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전화 받기가 두렵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공포 속에서 바닥은 다져지고 회의(懷疑) 속에서 상승은 시작된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2월4일)은 한풍(寒風) 속에 있다. 엄동설한의 얼음장 밑에서도 냇물은 흐른다. 모두가 겁먹고 떨면서 주식을 헐값에 내다 팔 때가 바닥인 경우가 많았다.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를 읽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감수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 사회적 현상. 증권사 직원이 친구 만나기를 꺼리고, 증시 관련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여의도 길거리에서 손님을 호객하는 단란주점 아가씨들을 보기 어려우며, 자살하는 투자자나 증권사 직원이 늘어난다. ‘증권사 직원과의 결혼은 절대 안 된다’며 결혼 직전에 파혼하는 등 증권사 직원의 인기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다음으로 기술적 지표. 종합주가지수가 ‘20일 이동평균’에서 8% 이상 낮아져 있다(20일 이격도가 92이하). 지수 하락세는 계속되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 및 상승종목이 슬금슬금 늘어난다. 조그만 악재에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장중 주가 변동이 커진다. 고객예탁금이 증가한다.

경제지표와 ‘이벤트 리스크’도 점검 대상. 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소비자신뢰지수는 오름세로 돌아설 것인가. 반도체 값은 오르고 유가는 내리는가. 미-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 문제 등 장외 악재가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불안해하는 ‘가진 자’들을 안심시킬 새 정부의 정책이 제시되는가.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이 왔음을 먼저 알린다. 봄은 동구 밖 멀리까지 마중가지 않아도 깜빡 조는 사이에 담벼락까지 온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에만 넋을 뺏겨 주식을 ‘바겐세일’하는 군중에 휩싸이기보다 차분히 앉아 바닥의 신호를 분석하는 사람이 봄을 먼저 느낀다. 종합주가지수 600 아래에서 주식을 사서 손해를 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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