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안방 안내주려면 실력부터 길러야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59분


31일부터 월드컵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같은 축구 영웅들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신바람 잔치가 우리 안마당에서 한바탕 벌어진다.

하지만 한국이 예선에서 떨어지면 단군이래 최대 잔치는 그들만의 축제가 될 것이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오픈에서 최근 영국 선수는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하고 외국인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영국이 1986년부터 ‘빅뱅’이란 금융혁명을 추진한 결과 영국 금융중심가인 ‘씨티’의 상당 부분이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 ‘윔블던 현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1992년에 개방된 한국 증시도 비슷한 처지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며 외국인만 돈버는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증시가 된 지 오래다. 외국인은 한국의 외환 위기나 9·11테러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싸게 주식을 사 모은 뒤 주가가 많이 오르면 개미와 투자신탁(뮤추얼펀드)에 팔았다. 5월부터는 선물(先物)을 대량으로 사고 팔아 현물가격을 출렁이게 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다. 개의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뒤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기법’을 통해 개미들과의 머니게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이는 외국인이 자금력과 첨단 투자기법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조총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왜군이 보병전에서 연전연승한 것과 같은 꼴이다.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을 넘볼 수 있다는 희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과 남미와 시차가 8∼12시간이나 되는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강인한 체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시차로 체력이 떨어지는 사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면 기적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스코틀랜드를 4 대 1로 이겼고 잉글랜드와 1 대 1로 비긴 것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시차를 이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주식투자도 축구나 테니스처럼 실력과 전략이 있어야 이긴다. 한국 기업과 경제에 대해선 우리가 훨씬 잘 안다. 안방과 잔칫상을 통째로 넘겨준 채 뒷방에서 굶주리지 않으려면 실력을 키우고 전략을 연구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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