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24시/실속파 신세대⑤]"권위주의-간섭형 상사 싫어요"

  • 입력 2002년 4월 8일 17시 43분


“여보세요, 전병희입니다.”

“어, 나 부장인데, 지금 어디지?”

중소기업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전병희씨(31)가 가장 싫어하는 직장 상사는 휴대전화를 걸어놓고 대뜸 “지금 어디지?”라고 위치부터 파악하려는 사람이다.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할 때도 반드시 “지금 어디지?” “그래, 지금 뭐하지?”를 물어본다. 심지어 한 직장 상사는 바깥에서 회사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고도 전씨가 받으면 “어, 전 대리? 지금 어디지?”라고 묻는다. 전씨는 그럴 때마다 “당연히 회사죠. 지금 회사로 전화하셨잖아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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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의 ‘위치’를 항상 파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부하를 감시 대상으로 생각하는 거죠. 상사가 부하의 의욕을 북돋울 생각은 안하고 ‘저게 지금 일 하나 안 하나’만 생각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합니까.”

전씨는 “부하가 자신의 눈에 띄어야 안심하는 상사일수록 부하를 믿지 않고 자율성을 묵살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씨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신세대 직장인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굿모닝증권이 직원 70명에게 ‘직장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상사는 어떤 유형일까’를 물은 결과 △군대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권위주의형 상사(18%) △후배의 공적인 일이나 사적인 일에 쓸데없이 간섭하기 좋아하는 상사(12%) 등이 대표적인 기피 대상 상사로 꼽혔다.

또 지난해 한 주간지가 신세대 직장인들에게 상사로부터 듣기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어디 갔다 왔어? 지금 뭐하고 있어?”가 “시키는 일이나 잘해” “그렇게 해서 월급 받겠어?” “나도 옛날에는 더 심한 일도 했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신세대 직장인들은 어떤 상사를 좋아할까. 일본계 종합상사 이토추에서 근무 중인 백인탄씨(31)는 “업무의 성과로 정확히 부하를 판단하고 대신 사생활은 철저히 보장해 주는 상사”라고 말한다. 그는 “감시 대신 일할 분위기를 북돋워주는 상사가 제일 편합니다. ‘일하는 척’을 할 필요가 없고 그 시간에 더 효율적인 자기개발을 할 수 있죠. 대신 일한 만큼 평가받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우리도 당연히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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