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허승호/시장원리 어디까지 통할까

  • 입력 2002년 5월 12일 18시 24분


허승호 / 경제부 차장
허승호 / 경제부 차장
현재 KT(옛 한국통신) 주식의 매각작업이 진행중이다. 정부보유 지분 28.37%를 민간에 파는 것. 16일에 매각가격이 결정되고 17, 18일 청약이 실시된다. 이번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KT는 7월에 주총을 열어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정관을 민영화시대에 걸맞게 개정할 계획이다.

KT는 원래 체신부(현재의 정보통신부)의 일부분이었다가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로 정부에서 분리됐다. 한국이동통신(현재의 SK텔레콤)은 정부투자기관이던 한국통신에서 다시 떨어져 나와 생긴 회사다.

정부에서 분리된 후 한국통신은 ‘백색·청색전화’시대를 종식시켰고 한국을 신청 다음날 전화가 개통되는 희귀한 나라, TDX교환기를 수출하는 나라로 발돋움하게 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승용차에 달린 이동전화 안테나는 특권층의 상징이었고 이 때문에 안테나만 장착한 차량도 있었지만, 이동통신이 민영화되면서 한국은 중고등학생까지 휴대전화를 쓰는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강국이 됐다.

그렇다고 그동안 통신사업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돼온 것만은 아니다. ‘나라의 봉수대 격인 통신사업에 외자가 침투할 수는 없다’는 등의 반대논리도 있었고 노조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다른 공기업의 개혁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3년여 전부터 추진되어온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철도사업 구조조정, 가스공사의 민영화 등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에 끝내기로 했던 공기업 자회사 정리대상 27곳 가운데 8곳만 마무리됐다.

만약 아직도 정부가 각종 통신사업을 손에 쥐고 있다면 ‘한국의 통신기적’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KT의 민영화 과정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자는 것은 ‘가능하면 시장 논리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지난주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은행이 하이닉스회사채에 투자한 신탁상품의 고객에게 손실을 보전해주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실적배당 원칙의 신탁상품의 경우 투자손실이 나면 고객이 부담하는 것이 옳은 일. 만약 외환은행이 보전한다면 고객의 손실을 은행 주주들이 대신 떠 안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보면 금감위는 오랜만에 시장 논리에 맞는 판단을 한 셈.

그러나 한국투자신탁증권 대한투자신탁증권 등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채가 편입된 펀드의 고객인 새마을금고의 압력에 굴복해 이미 손실을 보전해주었다. 한투와 대투는 각각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으로 ‘국민의 돈으로 기관투자가의 손실을 메워줬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외환은행과 똑같은 사안이다. 이번 주엔 금감위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허승호 경제부차장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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