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값 두배 올리기/자기PR⑧]허풍아닌 능력

  • 입력 2002년 6월 2일 17시 51분


‘자기PR’의 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책쓰기’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신원건기자
‘자기PR’의 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책쓰기’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신원건기자
SK(주)의 소매담당임원 강대성 상무(45)는 자기만의 고객관리 겸 자기PR법을 갖고 있다. 3년째 1주일에 한번씩 고객인 석유대리점 사장들과 사내 임직원 100여명에게 e메일로 좋은 책 요약본 보내기를 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인생과 경영의 지혜를 담은 ‘원숭이사냥’ 및 ‘6시그마 경영’이란 책과 ‘일본석유화학업계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짤막하게 정리한 글을 보냈다.

강 상무는 “자기 PR보다는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요약본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확실하게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아 요즘에는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감사글이나 독후감이 답장으로 오기도 한다.

전문직은 물론이고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직장 내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알려 자신의 몸값은 자신이 챙기는 ‘자기PR시대’다.

헤드헌팅업체 인커리어의 박운영 이사는 “기업에서도 시키는 일만 묵묵히 하는 사람보다 능동적으로 일을 찾고 자신을 알리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조기퇴직에 대비해서라도 자기를 알리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이름과 좋은 이미지를 알리는 데는 책쓰기, 이색명함 돌리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 가운데 책쓰기는 ‘꿩먹고 알먹기’식 자기 PR법.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물론 해당분야 전문가의 이미지도 줄 수 있고 저서가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라서면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김세현 현대카드 크레딧기획팀장(37)은 4년 동안 틈틈이 업무와 관련한 책을 써와 벌써 10권의 저서를 갖고 있다. 김 팀장은 “책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된 사람만 2800여명”이라며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져 업무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부수입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시(時)테크’라는 저서로 눈길을 끌어 요즘은 방송 진행자로도 자리를 굳힌 윤은기 박사는 ‘책 쓰기’로 자기PR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이밖에 교보문고나 종로서적같은 대형서점에 가면 비즈니스맨들의 자기 저서가 경영코너를 뒤덮고 있다.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전문 헤드헌팅업체인 하이드릭&스트러글의 한국법인 최정수 부사장(45)은 새로 사람을 알게되면 요구하지 않아도 A4용지 1장반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e메일로 보낸다. 거기에는 주소나 학력뿐만 아니라 경력,활동,저서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어 받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최 부사장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자기 PR이전에 비즈니스의 매너”라며 “세계적인 CEO들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명함과 함께 자기 소개서를 전해주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회사차원에서 각 사원의 PR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LG전자는 전 사원의 명함에 이름 주소와 함께 얼굴사진을 새겨 넣도록 하고 있다. 비용은 약간 더 들지만 고객들이 직원들을 보다 확실히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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