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펀드, 하반기 키워드는 ‘덩치’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최근 국내외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펀드 대신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적지 않다. 국내 증시가 올 초 이후 25%가량 오르자 잘만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직접 투자가 증가하는 데는 펀드에 대한 불신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연초 이후 펀드들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알짜배기’ 상품이 적지 않다. 특히 △환율 급등에 따른 수출기업의 실적 향상 △중소형주 위주의 시장 움직임 △원자재 가격 반등을 예상하고 이에 맞게 투자에 나선 개인들은 이미 펀드로 ‘대박’을 냈다.》

연초 이후 수출-중소형주 상품 호조… 전문가들이 본 하반기는

기업실적 가시화-실적장세로 대형 우량주 강세 전망

글로벌 경기회복 → 유가 등 추가 상승… 원자재 펀드도 주목

○ 수출주와 중소형주 투자한 국내 펀드 대박

올 초 이후 국내 펀드의 성적표는 전반적으로 해외 펀드를 앞섰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연초 이후 유형과 상관없이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국내 펀드는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펀드였다.

1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타이거세미콘’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국내외 펀드 중에서 가장 높았다. 2006년 6월에 설정돼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KRX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2.57%. 이어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코덱스반도체’도 연초 이후 71.7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2개의 펀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삼성전자의 비중이 전체 펀드의 23%가량을 차지한다. 이어 하이닉스 서울반도체 등 대표적인 수출종목인 반도체에 투자했다.

올해 국내 증시의 한 가지 특징은 중소형주의 상승률이 대형주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이다. 성장성이 높은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중소형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 1-Ci’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3.68%에 이른다. 코스닥 주식 위주로 투자하는 ‘한국투자핵심주도증권투자신탁 1(주식)’의 수익률도 57.89%였다.

○ 돌아온 탕자’ 러시아 펀드

해외 펀드 중 러시아 펀드는 한마디로 ‘돌아온 탕자’였다. 지난해 러시아 펀드는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해외 펀드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부 펀드는 ―80%까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러시아 펀드는 올 초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8.87%다. 이 밖에도 러시아 펀드의 대다수가 연초 이후 40∼50%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지난해의 하락률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러시아 펀드의 상승은 원유 가격의 회복과 무관치 않다. 2월 12일 배럴당 34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3개월 만에 76% 올랐기 때문이다. 원유를 시작으로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투자신탁A(주식)’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49.62%에 이른다.

○ 하반기에는 대형 우량주 펀드에 주목

연초 이후 국내에서는 수출주와 중소형주, 해외에서는 러시아와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면 하반기에는 어떤 펀드가 유망할까.

펀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이 가시화되면서 실적장세가 이어져 개인들의 직접투자는 더욱 리스크가 커져 펀드투자가 더 유망할 것이란 분석이 뒤를 잇는다. 펀드 종류별로는 4월 이후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출주보다는 항공여행업종과 음식료업종 등 원화가 강세를 띠면 유리한 대형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 원유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도 예상돼 원자재 펀드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투자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3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2분기(4∼6월)까지 바닥을 다진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경제흐름에 맞게 투자하는 펀드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 수년간의 수익률 흐름이 평균 이상을 유지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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