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물가연동국채… 수익률도 함께 쑥쑥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4분


《원자재 값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비 올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원금 및 이자를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가 오를수록 더 큰 수익을 내는 물가연동국채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

고 있다.》

○ 물가 오르면 채권 실질가치도 커져

물가연동국채는 국채의 원금 및 이자를 물가에 연동시켜 채권의 실질 가치를 보장하는 채권이다. 다른 채권들은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이자율 하락으로 채권가치가 떨어지지만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면 원리금도 함께 상향 조정된다는 장점이 있는 것.

반면 물가가 하락할 때에는 원리금도 줄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물가연동국채의 표면금리는 연 2.75%지만 원금이 기간별 인플레이션 수준(매월 초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에 따라 조정되고, 이자는 조정된 원금에 따라 지급된다. 예를 들어 1년 전 1억 원을 만기 10년의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이 3%라고 한다면 원금은 1억3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1년간의 금리 2.75%를 적용하면 채권의 현재 가치는 1억583만2500원으로 더 커진다. 장기 투자하면 복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물론 반대로 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원리금 손실의 위험성도 커진다.

동부증권 채권팀의 오희송 연구원은 “우리보다 물가연동국채가 먼저 도입된 미국에서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기능이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외국에서는 이미 ‘물가’를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인식해 1981년 영국을 시작으로 20여 개국에서 물가연동국채가 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시장 규모 확대

전 세계 물가연동국채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200조 원 정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서 최근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은 정부 채권의 3분의 1 이상을 물가연동국채로 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첫 발행됐다.

한국채권평가 강두완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처음 물가연동국채가 나왔을 때는 물가가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우려 때문에 인기가 없었지만 요즘엔 물가가 치솟으면서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도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는 요인이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 연동에 따른 원금 상승분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이자는 분리과세 선택이 가능해 종합소득세가 부담스러운 고액 투자자들에게 인기다.

우리투자증권 프라이빗뱅킹(PB) 도곡지점의 신혜정 센터장은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 5월 중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를 해야하는 고객들이 먼저 알고 문의한다”며 “종합과세보다 분리과세를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물가연동채권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단위: %)
시기상승률
2007년 10월 3.0
11월 3.5
12월 3.6
2008년 1월 3.9
2월 3.6
3월 3.9
4월 4.1
물가연동채권장내거래량추이 (단위: 원)
시기 거래량
2007년 9월 240억
10월 570억
11월 1690억
12월 1860억
2008년 1월 1990억
2월 2620억
3월 4940억
4월 1870억

○ 위험요인 고려해 간접투자 할 수도

발행 물량이 부족해 개인 투자자가 소액으로 팔기 힘들다는 점, 물가 하락기에는 원리금이 축난다는 게 이 채권의 단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들에게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이달 중 세계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에 투자하는 ‘현대글로벌 인플레이션연계채권 펀드’를 내놓는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 아시아 이머징마켓 물가연동채권 펀드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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