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박운서 데이콤 대표이사부회장 "데이콤 확바꾼다"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30분


박운서(朴雲緖·63) 데이콤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명은 ‘타이거(Tiger) 박’이다.

예전 상공부(현재의 산자부)에 있을 때 보여준 추진력 덕분에 붙은 일종의 애칭. 관료시절 그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으로 유명했다. 한국중공업 사장 시절에도 부실투성이 공기업을 불도저처럼 몰아붙여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장에서 접한 박부회장의 모습도 무뚝뚝하고 물러설 줄 모르는 ‘경상도 사나이’였다.

덕분에 데이콤 직원들은 박부회장이 지난 2월말 취임한 후 꼬장꼬장한 분위기에 위압감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특히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업무보고는 한창 나이의 직원들도 견뎌내기 어려웠을 정도. 임직원들은 “환갑이 지난 나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타이거 박’의 정력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의외로 부드러운 면도 많다. 주위의 어려움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특히 직원이 상을 당하면 꼭 빈소를 찾아 조문객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고아원을 찾는다. 독실한 크리스찬.

박부회장은 68년 제6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통령비서관과 상공부 차관을 지내며 대표적인 경제전문 관료코스를 밟았다. 96년 한국중공업 사장을 맡으면서 민간기업가로 변신한 그는 99년 LG그룹으로 옮겨와 정부와 업계에 모두 정통한 ‘마당발’로 통한다.

박부회장이 데이콤에서 추진하는 것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다. 그는 이미 한국중공업과 LG그룹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박부회장은 ‘공기업 체질’을 데이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불분명한 책임소재와 ‘예산은 다 써야 한다’는 식의 낭비,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부재 등이 오늘날 데이콤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의 위기의식은 지난달 초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방송에서 잘 나타난다. 박부회장은 데이콤의 상황을 ‘침몰해가는 타아타닉호’에 비유하면서 회생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1250억원정도 적자가 발생해 부도가 날지도 모른다”며 낭비 및 비효율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

첫번째 조치로 박운서 부회장은 임원들에게 배정된 골프장 회원권과 헬스클럽 회원권 회수를 지시했다. 회식비와 접대비도 대폭 줄였다. 또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의 연봉을 10% 자진삭감했다.

“저는 이전부터 모든 분야에서 10%씩 비용을 절감하자는 ‘Cut―10 운동’을 주장해 왔습니다. 제 연봉을 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지요. 올해 데이콤은 Cut―10 운동을 통해 광고비, 인건비, 수수료 등 23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입니다.”

최근 발표한 경영혁신안은 데이콤을 ‘인터넷 기업’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인터넷네트워크와 데이터, e비즈니스 솔루션 등 ‘차세대 핵심’을 집중육성하고 나머지 부분에선 분사와 아웃소싱을 실시한다는 게 박부회장의 계획. 특히 천리안과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외전화는 분사 후 대처방안을 찾는다는 생각이다.

“올 한해동안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약 1100억원입니다. 투자도 800억원을 줄일 작정입니다. 이런 내용이 반영되면 올해 매출액은 1조1016억원, 영업이익은 1476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는 확실히 흑자를 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묻자 노조를 꼽는다. “일일이 노조와 합의하도록 돼 있어서 도대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직원들 평균 임금은 연 5560만원입니다. 그러나 부가가치 창출액은 웬만한 회사의 5분의1에 불과합니다. 상사에서 함께 온 운전기사를 발령 못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겁니다. 노조가 합의해야 발령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도대체 노조가 언제까지 발목을 잡을 겁니까. 이대로라면 결국은 모두 죽습니다”

감각적으로 승부처를 알아차리고 그때만큼은 유난히 냉철해지는 박부회장. 데이콤의 회생은 그의 30여년 경력이 반영될 또 하나의 승부처다.

▲박운서 부회장은 누구 …

△39년 경북 의성 출생

△63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68년 행정고시 합격(제6회), 경제기획 원 물가정책국 사무관

△76년 뉴욕 총영사관 경제협력관

△80년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사

△84년 상공부 통상진흥국장

△89년 청와대비서실 경제비서관

△94년 상공부 차관

△96년 한국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99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2001년 데이콤 대표이사 부회장

* 가족사항:부인과 3남

* 취미:테니스

* 흡연량: 하루 1갑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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