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삼성-노키아 없으면 휴대전화도 없다"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46분



휴대전화 부문에서 부동의 1위인 노키아의 글로벌 리서치팀은 올 초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정보 수집을 부쩍 강화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휴대전화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기능을 합친 스마트폰을 맨 먼저 선보이면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소비자들에게 ‘기술 삼성’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등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기 때문.

▽‘절대강자’ 노키아 vs ‘떠오르는 용’ 삼성전자〓올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4억대. 소비자 판매대수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분석하는 시장조사회사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올해 3·4분기(7∼9월) 시장점유율은 노키아 35.9%, 모토로라 14.4%, 삼성전자 10.6% 순.

판매대수에서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3분의 1 수준이고, 모토로라에도 뒤진다. 그러나 손익계산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3·4분기 휴대전화 부문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 29.7%(동양종금 기업분석팀 추정), 노키아 22%, 모토로라 8.5%.

이처럼 삼성전자는 ‘돈이 많이 남는 장사’를 하므로 휴대전화 부문 전체 영업이익은 2위인 모토로라보다도 많다.

공급대수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분석하는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유럽형인 GSM방식에서는 노키아가 4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앞서는 반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에서는 삼성전자가 3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1위. 그렇지만 GSM방식이 전체 시장의 66%를 차지하기 때문에 노키아가 삼성전자를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전체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과 관련해 노키아는 2003년 말까지는 현재 36% 수준에서 40%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동양종금 민후식 기업분석팀장은 “2004년에는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4∼15%로 2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키아 디자인 센터’ vs ‘한국 소비자의 힘’〓휴대전화는 이제 사실상 ‘패션상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 때문에 어떤 제품보다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노키아디자인센터는 타깃 소비자층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직도 인력규모나 현황 등은 일급비밀이다. 한국노키아 마케팅담당 김지원 부장은 “외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택가에 일반 주택으로 ‘위장’해 있다. 지금까지 외부 인사에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며 “노키아의 힘은 이곳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휴대전화 디자인의 힘은 새 모델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많은 모델을 국내에 선보여 소비자들의 검증을 거친 모델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때문에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신 모델이 100개에 이르는 반면 노키아는 30여개에 불과하다.

▽브랜드의 노키아 vs ‘고가브랜드’의 대명사 삼성〓브랜드 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가 올해 조사한 노키아의 브랜드 가치는 299억달러로 세계 6위. 삼성전자는 지난해 42위에서 34위로 순위가 올라가면서 브랜드가치가 64억달러에서 83억달러로 뛰어 올랐지만 아직도 노키아와의 격차가 크다.

브랜드 가치는 고객들의 충성도와 직결된다. 올 3·4분기에 노키아 실적이 좋았던 것도 2000년 노키아 휴대전화를 대거 구입했던 유럽 소비자들이 업그레이드 시점이 돌아오자 ‘묻지마 구매’식으로 노키아 제품을 샀기 때문.

삼성전자의 강점은 ‘고가 브랜드’ 전략이다. 삼성전자 김정한 정보통신부문 미국 법인장은 “미국에서 주요 최고경영자들이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애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3·4분기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평균 판매가격은 188달러로 노키아(120달러)보다 높은 편. 그러나 휴대전화 시장에서 고가 제품군 점유율은 30% 수준. 중저가군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삼성전자에는 불리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지영만 상무는 “교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카메라폰, 컬러액정의 프리미엄급 휴대전화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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