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신도시 개발의 손익계산서

  • 입력 2002년 10월 1일 17시 51분


신도시 건설은 남는 장사일까, 밑지는 장사일까.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에 또 신도시를 만들기로 하고 개발대상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집을 많이 지어 가격을 낮추겠다는 논리다.

반론도 거세다. 신도시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보다 더 큰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돈으로 따져보자. 1990년대 초 만든 수도권 5개 신도시의 손익계산서가 신도시 추가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평가하는 ‘관전(觀戰) 포인트’가 될 수 있다.

▽46조원 대 10조원〓수치로 밝힐 수 있는 항목은 △신도시 조성비용 △생산 유발효과 △집값 안정효과이다. 3개 항목만 보면 개발론자들의 일방적 승리다.

89년 8월부터 96년 12월까지 신도시에 투입된 세금은 10조6000억원.

반면 이 기간에 신도시 건설이 건설업 및 다른 산업의 생산을 유발한 효과는 23조4520억원 규모다(건설산업연구원). 들어간 돈보다 혜택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값 안정효과는 조금 복잡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첫 분양이 있은 뒤 17개월 만인 91년 5월부터 93년 12월까지 하락세였다. 93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527만9000원. 이를 아파트(38만1955가구) 전체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62조5102억원이다.

신도시를 짓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88년부터 90년까지 3년간 연평균 매매가 상승률(22.52%)을 적용한 93년 12월 평당 가격은 1106만8000원이다. 아파트 시가총액은 131조1813억원.

두 시가총액간 차이는 68조6711억원. 하지만 이를 모두 신도시 건설의 효과로 보기는 무리다. 경기 변동과 90년 5월 발표된 토지공개념 제도에 따른 집값 하락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경제학)는 “신도시가 90년대 초반 서울 집값에 미친 비중은 33% 선”이라고 추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신도시가 집값 안정에 기여한 총액은 22조6614억원.

결국 신도시를 조성하는 데 든 비용은 10조6000억원이지만 편익은 46조1134억원(생산유발효과+집값 안정효과)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신도시 건설은 일단 남는 장사다.

▽숨겨진 비용〓분석기간을 늘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선 신도시 약발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91년 5월부터 31개월간 약세행진을 이어가다 93년 12월 이후 다시 올랐다. 분당신도시를 만든지 10년째인 올해 또다시 신도시 건설론이 나올 정도다.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긴 점도 신도시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에 속한다.

85∼90년 수도권 인구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37배였다. 신도시 입주가 진행된 91∼95년 수도권 인구증가율은 전국의 3.12배로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6대 도시 인구증가율의 2배에 이른다. 신도시로 빠져나간 빈자리를 비(非)수도권 거주자가 채운 셈이다.

교통량 증가로 인한 혼잡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변창흠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분당 주민 10명 중 6명은 서울로 출퇴근한다. 서울 의존도가 낮다는 군포시 산본만 해도 주민의 33.2%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다. 99년 신도시 때문에 발생한 교통혼잡비용이 3498억원이나 된다. 더구나 이 비용은 한 해에 그치지 않고 계속 늘어간다.

환경 훼손도 신도시 반대론자들의 단골 메뉴. 서승환 교수는 “신도시로 인한 총 후생비용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한다”며 “작년 한 해만 해도 27조원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대안은 있나〓신도시에 반대하는 이들의 대안은 각양각색이다.

서울시립대 정창무 교수(도시공학)는 “서울의 일자리를 신도시 예정지역으로 먼저 옮겨 놓고 나서 사람들을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녹지를 망치면서 신도시를 만들기보다는 구리시나 성남시를 재개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수석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른 것은 신도시에 대한 사후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주변지역 난개발을 막고 자족형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존 도시를 새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이전하는 방안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국토연구원 김정호 실장은 “과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집값 문제를 신도시 건설로만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신도시를 무조건 백안시할 수도 없다”며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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