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피터 바돌로뮤]한국 경제 더 세계화돼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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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1960년대 후반 방한했을 때 한국은 낙후돼 있었다. 전국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였다. 서울에서도 소가 끄는 수레, 전차 같은 교통수단이 흔했다. 부유한 가정만 난방기구를 갖추고 있었다. 내가 머물렀던 강릉 선교장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인과 소주를 마시던 어느 날 밤이 생각난다.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하자 “맥주는 부자가 마시는 술”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40여 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이렇게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 동력이 자본과 자원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한국경제의 ‘세계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경영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소기업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반면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R&D)부터 재정 분야까지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면 어떨까. 빵이 너무 빨리 구워진 나머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지금 그 구멍을 메워 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물량 투자만이 아니라 경영 노하우와 기술도 포함된다. 외국 기업은 한국의 산업 및 기술 발달 정도를 보고 투자를 판단한다. 한국의 수출입 상황, 특히 외국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의 기업 허브를 꿈꾸면서 달려왔다. 자유무역지역(FTZ), 경제자유구역(FEZ) 같은 곳이 이런 의도로 지어졌다. 일본 기업이 유입됐던 마산수출자유지역은 초반에 성공적으로 평가됐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인건비가 상승하고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른 유인책을 찾아야 했다. 경영 노하우와 기술 발달에 관심을 돌리게 됨으로써 한국 기업은 ‘세계화’에 들어서게 됐다. 한국이 아시아의 기업 허브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 가운데 소기의 목적을 거둔 곳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외국 기업이 아시아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 한국의 FEZ나 FTZ가 실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한국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외국 기업과 경쟁하는 데 필요한 여타의 분야, 이를테면 재정, 금융, 법무 등에서 숙련된 인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진출하는 외국 기업도 적지 않다. 국내외 기업의 교류는 ‘세계화’를 위해 한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외국 기업 혹은 국내 기업의 해외 파트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인력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교육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외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배우려는 많은 학생이 국내 대학이 아니라 외국으로 유학을 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인력 운영방식도 지적할 만하다. 한국의 대기업은 뛰어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경직된 구조에 갇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는 허브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허브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을 통한 교육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나는 한국이 세계화에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리라 100% 확신한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경쟁국가들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술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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