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文때린 김한길, 말 아끼는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비노(비노무현)는 친노(친노무현)가 당을 이끄는 게 불가능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아직까지 비노계 수장들의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4·29 재·보궐선거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문재인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비노 진영의 한 인사는 12일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두고 비노계 수장들의 행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론 속에서도 말을 아끼는 신중론도 있다. 각각의 정치적인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책임론’을 주장하는 대표적 강경론자다. 박 의원은 8일 “문 대표가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호남에서 일고 있는 문재인 사퇴론도 박 의원의 행보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문 대표 교체를 전제로 한 ‘임시 전당대회 소집’을 검토 중이다. 동교동계 수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 “정치지도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희호 여사의 발언을 두고 “박 의원이 얘기한 그대로”라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 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문 대표에게 “친노 좌장으로 버틸 것인지 결심이 서면 그때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는 친노 지도부에 일단 경고장을 날린 뒤 향후 전개될 상황 변화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과 가까운 주승용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방법과 의지를 진정성 있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때”라고 가세했다.

안철수 의원은 신중론자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 사퇴 공방이 거세지고 있지만 “문 대표의 거취는 순전히 지도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왔다. 안 의원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에 대한 사퇴를 얘기하면 가뜩이나 어지러운 당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동철 의원의 정청래 최고위원 출당 요구에 대해 “문 대표가 그냥 놔둘 입장은 아니다. 상황 수습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노와 비노 간 계파 갈등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게 차기 대선 주자로서 향후 행보에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도 ‘침묵 모드’다. 4·29 재·보선 다음 날 “공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라고 짧게 말한 뒤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편 호남 민심이 싸늘해지면서 문 대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는 광주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당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