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작가 림일이 쓰는 김정일 이야기]<2> 특별열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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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스텔스 장비 갖춘 ‘달리는 요새’
20량중 김정일 어디 탔는지는 일급보안

▶[채널A 뉴스]‘달리는 집무실’ 김정일 전용열차 영상 보러가기

김정일은 현지지도를 위한 국내 장거리 시찰은 물론이고 수만 km의 외국 방문까지 교통수단으로 열차 하나만 이용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열차 안에서 마친 그이니만큼 그보다 기차를 많이 탄 정상이 세상에 또 있을까. 김정일은 평생토록 출장길에 비행기 타는 모습을 단 한 번도 안 보였으니 일각의 말대로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는 기차 마니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7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김정일이 장장 24일간 시베리아대륙을 횡단해 모스크바까지 이동하면서 그가 이용했던 전용열차는 국제사회의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당시 김정일과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콥스키는 ‘동방특급열차’라는 저서에서 그와 환담을 나누었던 열차의 일부 객차는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것이며 일본에서 현대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김정일이 푸틴의 호감을 사기 위해 러시아 선대 수령에 대한 예의를 갖춰 아마도 오래된 객차를 몇 개 달고 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일종의 정치적 계산이었을지도 모른다.

평양에서 하늘을 나는 새도 통제할 만큼 극비 중에 극비인 1호 행사(김일성 김정일 참석 행사)에 동원됐을 때 봤던 김정일 전용열차는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탄탄해 보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유럽에 특별 주문제작한 그의 전용열차는 세트당 20량씩으로 돼 있는데 국내 시찰 공무용, 개인 여행용, 외국 방문용 등 3개 세트에 모두 60여 대가 있다.

철통 보안 속에 거행되는 1호 행사가 시작되면 운행 중인 전용열차 앞뒤에서 별도로 2개의 열차편이 움직이는데 외관은 전용열차와 똑같이 꾸몄으며 여기에는 경호와 안전에 필요한 각종 행사전용 물자들이 가득 실려 있다.

평균시속 100km로 달리는 김정일 전용열차가 역사를 진입하기 3시간 전에 다른 노선의 전기를 모두 차단해 일반열차의 진입과 움직임을 완전히 통제한다. 그 정도가 끝이 아니다. 역사 안 대기실에 있던 손님들도 모두 밖으로 나오지 못하며 플랫폼에 멈춰선 일반객차 안의 여객들도 꼼짝달싹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철도에는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 김정일 전용역사가 따로 있으며 그의 전용별장에서 10∼20km 범위에도 전용열차 정거장이 있다. 이곳은 1년 365일 호위총국 정예요원들이 특별경비를 한다.

전용열차에서 그가 사용하는 칸은 회의실, 침실, 접견실, 집무실 등으로 꾸며진 몇 량이며 그것이 20량 중에 어느 부분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두 최고의 방탄설비가 돼 있으며 최신형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전용열차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특수그물망, 즉 위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장치가 돼 있으며 모든 칸은 컴퓨터로 네트워크가 잘돼 있다. 회의실에는 위성전화 등 첨단 통신장비와 벽걸이 TV 등이 설치돼 있다. 접견실은 최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집무실에선 대형스크린으로 평양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전용열차 뒷부분에는 벤츠와 BMW 등 전용 리무진과 보안용 금속탐지기, 웬만한 대수술도 할 수 있는 최신형 의료장비 등이 적재돼 있다. 또한 앞부분에는 기관총과 대포까지 장착돼 있으며 전용열차가 국내에서 이동할 때는 하늘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열차 상공을 완벽하게 지킨다.

림일 ‘소설 김정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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