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50년]미행-감시는 옛말… 첨단장비로 영화같은 첩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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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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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 따라 요원들도 진화… 외국어-IT-최신무기 무장

미국 영화배우 맷 데이먼(제이슨 본)이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첩보영화인 ‘본 얼티메이텀’ 에서 상대방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다. 데이먼은 이 영화에서 미 정보기관의 암살요원 역을 맡았다. 동아일보DB
미국 영화배우 맷 데이먼(제이슨 본)이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첩보영화인 ‘본 얼티메이텀’ 에서 상대방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다. 데이먼은 이 영화에서 미 정보기관의 암살요원 역을 맡았다. 동아일보DB
#1. 1980년대 중반 국가안전기획부 A 요원이 동남아시아로 급파됐다. 국제산업스파이 감시가 임무였다. 24시간 감청을 실시하고 이상한 낌새가 발견되면 즉각 대처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상대방 경호팀이 숙소에 두께 1cm가 넘는 방음유리창을 설치하는 등 대비를 철저히 해 동태 파악이 어려웠다. A 요원은 경호팀과의 격투 끝에 숙소 안으로 들어가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의 기밀정보가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2. 2000년대 중반 국가정보원은 버뮤다와 케이맨 제도 등 조세 피난처(Tax haven)에서 활동해온 국제무기상이 유럽의 한 휴양지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B 요원을 현지로 보냈다. 한국 내 러시아계 폭력조직과도 거래한다는 의혹을 받아 온 거물 무기상이었다. B 요원은 영국의 대외첩보기관인 MI6 요원들과 공조해 이 무기상을 추적 감시했다. 특히 이 무기상이 한국에서 사용하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를 변조해 사용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첨단장비로 감청에도 성공해 이 무기상이 다른 무기상과 접촉하는 등의 행적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

첩보전의 국경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정보요원들의 역량도 그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다. 영화 ‘007 시리즈’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첨단무기까지는 아니지만 시대 변화와 기술 진보에 맞게 정보전 능력을 높여 왔다.

1970, 80년만 하더라도 ‘노동집약형’ 첩보활동이 대세를 이뤘다. 며칠간 계속되는 미행과 감시, 신분을 수시로 바꾸며 집요하게 추적하는 노력으로 대공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정보전의 시간적 공간적 경계가 무너지면서 요원들의 역량도 이에 맞춰 진일보했고 최근에는 다뤄야 할 무기체계, 격투술, 외국어 역량 등의 기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권총과 M-16 소총, 수류탄 등 기초개인화기만 다뤄도 됐지만 최근엔 대테러, 시가전 등의 상황에 대비해 훨씬 다양한 화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일부 현장요원은 청해부대 요원들이 올해 1월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사용했던 독일제 MP-5를 비롯해 벨기에산 P-90 등 근거리 총격전에 대비한 자동화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기를 요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투술도 태권도 합기도 같은 기초무술 외에 단검으로 순식간에 적을 제압하는 동남아 무술인 ‘칼리 아르니스(Kali Arnis)’처럼 수행 임무와 활동지역에 맞는 다양한 무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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