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혁 2]지구당위원장…친지-충성파 대의원 '독식'

  • 입력 2003년 1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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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지구당체제를 그대로 두고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 나는 90세까지 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

6선 의원으로 65세인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말이다. 정당의 기초단위인 지구당을 개혁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당제도를 도입해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천권을 ‘제왕적 총재’에게서 일반 당원들에게 돌려주는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한 뒤 정당민주화의 핵심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총재가 사라지고 ‘철밥통’ 지구당위원장이 등장했다”는 자탄이 쏟아졌다. 상당수 지구당의 대의원은 위원장의 친지나 충성파 측근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상향식 공천을 하더라도 현역 위원장이 계속 공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권경쟁 등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들이 지구당위원장에게 금품을 돌리는 등의 구태를 연출하는 것도 지구당위원장이 대의원 표를 통째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개혁의 진짜 핵심은 중앙당이 아니라 지구당 개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국 200여곳의 지구당을 관리하는 데 쏟아 붓는 돈만 해도 매년 100억원이 넘는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정당개혁 바람이 불어닥칠 때에도 지구당은 개혁의 무풍지대였다. 누구도 자신의 ‘밥줄’을 끊을 수 있는 일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개혁특위 간사는 5일 “모든 부당한 기득권이 소멸되는 것이 개혁이고 우리부터 자신의 이해관계에 집착해선 안 된다”며 지구당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향식 공천 과정에 일반 당원과 비당원 국민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중심의 지구당 운영, 지구당 결정에 대한 중앙당의 거부권 행사 등도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아예 지구당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지구당 개혁은 실제로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의 비율을 높여가며 이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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