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이철희/JP 『못해 먹겠다』

  • 입력 1997년 9월 11일 20시 43분


11일 자민련 당직자들의 얼굴에서 좀처럼 웃음기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뭔가 잔뜩 울화통이 치민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김종필(金鍾泌)총재가 출연한 KBS1 TV 「아침마당」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모습도 당내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많은 당직자들이 방청객으로 현장에 간 탓도, 워낙 이런 프로그램이 많다보니 관성화(慣性化)된 탓도 있었을 것이지만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당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박준규(朴浚圭)최고고문이 10일 사실상 당과 결별선언을 한데 따른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했다. 한 당직자는 이날 대뜸 『이젠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라. 시쳇말로 「배 째라」는 심정이다』며 극도의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박고문의 발언에 대해 『그냥 놔두는 수밖에 더 있느냐』면서 언급하기조차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대변인실에서 이날 발표했던 논평을 거둬들이는 해프닝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김창영(金昌榮)부대변인은 이례적으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를 직접 겨냥했다. 김대중총재의 「김현철(金賢哲)씨 사면시사」 발언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자민련은 그동안 국민회의측에 「서운함」이 있어도 공식 반응은 삼갔다. 그런 자민련이 이날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기사면 주장에 이어 대통령 아들까지 사면하겠다면 대한민국 교도소는 돈없고 「빽」없는 「개털」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나 대변인실은 불과 몇시간 뒤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논평배포를 중단했다. 방송출연 후 당사에 돌아온 김총재는 논평을 보고 성을 내며 『도무지 손발이 안맞아서 못해 먹겠다』고 대변인실을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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