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洪의원,장세동이요 장병조요』

  • 입력 1997년 4월 13일 09시 12분


12일 한보청문회에서 洪仁吉(홍인길)의원은 92년 대선자금과 金賢哲(김현철)씨 국정개입의혹 등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집요하게 캐물었으나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때문에 야당의원들은 홍의원을 全斗煥(전두환)전대통령의 張世東(장세동)씨,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의 張炳朝(장병조)씨에 빗대어 진실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은 홍의원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자 『제2의 장세동이 될 생각이냐』고 물었다. 이에 홍의원은 『나는 내 자신이지 누구같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민련 李良熙(이양희)의원이 한보에 1조원이나 되는 외화대출이 이뤄졌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모를 수 있느냐며 『장세동씨처럼 대통령을 위해 혼자 십자가를 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그는 『나는 장세동이 아니고 홍인길이다. 나는 십자가를 질 줄도 모르고 현재 죄값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비켜갔다. 이날 홍의원이 장세동씨와 비견된 것은 홍의원이 김대통령을 30년간 지근에서 모셨듯 장씨 역시 70년대 월남파병 때부터 전전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모셔왔기 때문. 또 이들은 「주군」이 직간접으로 관련된 청문회에 섰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사람의 대처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홍의원은 부드러운 말투로 『모릅니다』 『그런 일이 없습니다』라며 다분히 「수비위주」였지만 장씨는 88년 5공청문회에서 『(정치자금 등과 관련해)내가 입을 열면 나라가 흔들린다』며 「공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야당의원들은 청문회장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그에게 『네가 권투선수야 뭐야』라며 질타했으나 그는 오히려 「청문회의 스타」로 부각되기도 했다. 한편 국민회의 趙舜衡(조순형)의원은 홍의원을 수서사건 때의 장병조씨에 비유했다. 장병조씨는 청문회에 서지는 않았지만 검찰에 구속되면서 노전대통령의 관련사실을 철저히 함구, 택지특혜분양 외압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썼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노전대통령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92년 12월 장씨를 사면복권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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