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이모저모]홍인길씨 신문 『봐주기』인상

  • 입력 1997년 4월 12일 20시 06분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 12일 한보청문회는 동료의원을 증언석에 세운 탓인지 그동안의 청문회와는 달리 여야의원 모두 질타성 인신공격성 질의는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여당 소속 의원들은 『동료의원이 증언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위로의 말을 하면서 홍의원을 감싸는 등 진상규명에 의지를 보이지 않아 빈축을 샀다. 신한국당 金學元(김학원)의원은 신문에 앞서 『법관시절 가까웠던 동기동창생을 재판했던 가슴아팠던 기억이 난다』며 동료의원을 신문하게 된 심경을 피력했다. 김의원은 또 『홍의원을 15대 총선에 당선된 뒤 처음 알게 됐는데 훤칠한 외모와 밝고 건강한 태도를 보면서 친밀감을 느꼈었다』며 홍의원을 두둔했다. 김의원은 이어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는 개인적인 정을 억누르고 엄정한 신문을 할 수밖에 없으니 혹시라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 질문이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고양해를 구했으나 막상 질문내용에는 「가슴을 아프게 하는」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李國憲(이국헌)의원 역시 서두에서 『질의자와 피질의자로 서게 돼 유감스럽다』고 밝힌 뒤 홍의원으로부터 답변을 듣기보다는 아예 자신이 답을 정해놓고 홍의원의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신문을 벌였다. 이의원은 특히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부도덕한 기업가로 몰아세운뒤 홍의원이 「깃털론」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과 관련, 『나는 몸통은 철강산업정책이고 깃털은 부도덕하고 난잡하게 흔들다가 몸통에 상처를 입힌 기업가와 금융가라고 생각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孟亨奎(맹형규)의원은 질문 마지막에 이례적으로 홍의원에게 『대통령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며 시간을 주기도 했다. 또 여당의원들은 다른 청문회에서는 『시간이 없다』며 증인들의 답변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날만은 『국민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며 홍의원에게 충분히 답변할 시간을 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홍의원과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민주화투쟁을 하던 시절에 함께 행동했었다』며 과거의 동지였음을 밝히는 등 지금까지의 청문회와 달리 매서운 추궁은 피하는 모습을 보여 모처럼 조용한 청문회가 진행됐다. 그나마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 자민련 李良熙(이양희), 민주당 李圭正(이규정)의원 정도가 새로운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홍의원을 윽박지르며 맹공을 펴 체면유지를 했다. 이처럼 이날 청문회가 「동료의원 감싸기」로 일관하자 본사에는 『청문회를 하는 것인지 동료의원 위로연을 하는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등 독자들로부터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도 『다른 증인을 신문했을 때는 「속이 시원하다」「잘했다」는 격려성 전화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봐줬다」는 전화가 10통 중 3통정도 사무실로 걸려왔다』며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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