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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정부 규제과제 4개 중 1개,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 넘겼다

입력 2018-08-13 00:00업데이트 201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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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내세운 규제혁신 과제의 약 24%가 이미 데드라인을 넘겼다. 각 부처가 규제개혁안으로 취합한 전체 942건 중 225건이 완료 예정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이 중에는 원격의료나 유전자 검사 범위 확대 등 이해당사자의 대립이 첨예한 의료법 개정안 등도 있지만, 각종 서류 제출 양식이나 조사 항목 등이 지나치게 복잡해 개선이 필요했던 생활밀착형 법안도 관료들의 무사안일로 스스로 정한 마감조차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혁신이 지지부진하면서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창업을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다이어트를 돕는 서비스 ‘눔’ 역시 미국에서는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한국에서는 의료법에 묶여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8일 “스타트업을 범법자로 내모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겠는가.

문 대통령이 최근 규제 혁파에 나서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한심하다. 당정이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보유한도를 34%까지 허용하기로 합의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를 25%로 낮추거나 아예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당내에 적지 않다. 여당이 오히려 대통령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처럼 규제혁신은 말은 쉽지만 당장 지지세력 내부에서 반발이 나올 만큼 어려운 과제다. 집권 초에 규제를 전봇대에 비유한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5년 차인 2012년에 규제가 오히려 15.3%나 늘었다는 경제단체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고 했지만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사설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의 허들을 뛰어넘지 못한 이유는 표(票)에 눈먼 정치인들,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저항 등 복합적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무원 한 명에 규제 하나’라는 말이 상징하듯, 규제를 꿀단지처럼 끌어안은 관료문화 탓이 크다. 규제업무 경력을 활용해 퇴직 후 일자리까지 챙기는 그릇된 관행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다. ‘정권은 5년이지만, 관료는 무한하다’며 쇠심줄처럼 버티는 공직사회 분위기부터 일신하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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