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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사법신뢰 붕괴 막아야 할 김명수 대법원장의 막중한 책임

입력 2018-08-02 00:00업데이트 2018-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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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사법 신뢰가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의 ‘재판 거래’ 의혹에 이어 추가로 공개된 196건의 문건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전방위 로비 시도까지 드러난 다음 날 열린 세 대법관의 퇴임식은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대법관은 “저로선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춰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김신 대법관은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각각 말했다.

세 대법관의 언급대로 ‘사법 신뢰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 사법 신뢰가 무너지면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법치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6월 1일 자택 앞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재판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말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재임 중 상고법원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빚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그렇게 말했더라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단시일에 끝날 수 없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법부 신뢰는 한 번 더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찾아내 문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사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문건 추가 공개도 김 대법원장의 결단이라기보다는 법관대표회의의 공개 촉구 결의에 따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너무 강한 리더십이, 김 대법원장은 너무 끌려가는 리더십이 문제라는 평가가 있다. 사법부가 맞은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개혁의 내용과 방향에 중심을 잡고 소신과 결단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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