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靑은 밀어붙이고 野는 비판만… ‘87헌법’ 고칠 의지 있나

입력 2018-03-26 00:00업데이트 2018-03-26 00: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대통령 개헌안이 오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안 발의는 독재 시절에나 있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까지 오게 된 상황에는 국회 책임도 적지 않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은 6·13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국회 발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는 오늘이 발의의 마감시한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분산에 미흡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는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국민 의견을 거론했지만 개헌안 준비 기간이 고작 한 달인데 국민 의견을 얼마나 들었는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개헌안 통과에 결정권을 쥔 여야의 의견을 고루 수렴하지도 않았다. 발의 직전의 국무회의 심의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개헌이라는 실질보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형식에 집착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감이 없지 않다.

개헌만큼 여야 합의가 필요한 국회 일은 없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합의를 이끌 책임은 1차적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의 총리 선출권이나 추천권은 대통령제에 맞지 않다는 청와대 의견을 맹목적으로 반복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총리 문제에서 타협을 볼 수 없다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분산을 위한 다른 대안을 내서라도 야당 설득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필요하면 개헌 대타협을 위해 여권 일각에서 거론하는 여야 지도부 청와대 회동을 건의할 필요도 있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청와대조차도 그렇게 보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논란거리가 너무 많아 통과보다 부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는 순간 국회는 60일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야당이 대통령 개헌안을 부결시키면 개헌안을 부결시킨 책임은 야당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야당도 반대만 해선 거센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사설
개헌 저지 의석을 지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의 발의 자체를 맹비난하면서도 자체 개헌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해 대선 때 약속을 저버리고 ‘10월 개헌투표’를 거론하며 동시 투표에 반대만 하고 있다. 투표 시기는 연기하더라도 최소한 지방선거 이전까지 국회가 합의된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에게 한 약속에 그나마 면목이 서는 일이다. 대통령 개헌안이 부결되면 10월이 아니라 연내 개헌조차 힘들게 된다. 자칫 개헌 동력의 상실로 귀결되면 여야 정치권 모두 모처럼 맞은 개헌의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든 데 대한 뼈아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