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에 갈피 못 잡는 靑, 보는 국민이 더 불안하다

동아일보 입력 2015-08-13 00:00수정 2015-08-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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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과 관련해 “정부가 도발이 일어난 당일인 4일에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도 통일부 장관은 하필이면 다음 날인 5일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느냐. 정신 나간 일 아니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가 국가위기 때 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왜 도발 이후 나흘이 지난 8일에야 소집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졌다.

지뢰 도발이 일어나 청와대에 보고된 것은 이달 4일이다. 하지만 다음 날인 5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했고, 통일부는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이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길에 오른 날이기도 했다. 이 정부에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뒤죽박죽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북의 도발이 일어났을 경우 대통령의 행사 참석이나 회담 제안은 일단 중지했어야 한다. 유 의원은 이런 난맥상을 질타한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건 당일 북의 도발 가능성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NSC가 조속한 회의 소집과 함께 대통령 일정 등에 대해 조율에 나섰어야 했다. 10일 국방부가 북의 지뢰 도발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날에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표준시 변경만 비판했을 뿐 지뢰 도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의 엇박자는 북한과의 대화에 계속 미련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화도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심각한 도발이 눈앞에 벌어졌는데도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군과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어제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번 도발로 큰 부상을 입은 두 용사의 병문안을 갔다. 그러나 주 수석보다는 국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갔어야 할 자리였다. 북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줄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는 NSC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하고, 올해 메르스 사태 때는 감염병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북의 도발을 당해서도 NSC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 해낸다면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북한의 첫 무력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임기 중 큰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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