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탈북자 64명 미얀마 억류” 사실 확인 서둘러야

동아일보 입력 2013-07-15 03:00수정 2013-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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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64명이 미얀마 반군(叛軍)에 붙잡혀 장기간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북한인권개선모임 김희태 사무국장은 지난주 미얀마 북동부 반군 관할 지역을 방문해 반군으로부터 탈북자들을 억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탈북자 가운데 남자는 족쇄를 차고 양귀비 밭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있고, 여성은 식당에서 일하며 성매매까지 강요받고 있다고 한다. 김 국장은 2006년에는 몸값 1만8000달러를 주고 반군에 억류돼 있던 탈북자 6명을 석방시켜 한국으로 입국하게 됐다는 주장도 했다.

외교통상부는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5월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됐을 때 재발 방지와 탈북자 보호를 독려했다. 외교부도 이달 총영사관 회의에서 탈북자 보호와 이송 업무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북녘 동포 수십 명이 낯선 땅에 억류돼 학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니 당연히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와 외교부의 다짐을 증명해 보일 때다.

미얀마 북동부는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사실상의 반군 자치 지역이다. 이곳을 포함해 태국 라오스 3국의 접경지대는 마약 생산으로 유명한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정상적인 외교 활동으로는 확인이 힘들겠지만 억류 주장이 구체적인 만큼 우리 정부는 사실 확인을 서둘러야 한다. 탈북자 억류는 미얀마 거주 한인 선교사가 반군 지도자와 강제 동거하고 있는 탈북 여성에게 김치를 건네주면서 알려졌다. 반군 지역에는 숨진 탈북자 무덤이 21기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대사관이 적극 나서면 사실 관계 파악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너무 요란을 떨면 반군이 탈북자를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북한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 조심스러운 대응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반군과 안면이 있는 김 국장은 석방 자금이 마련되면 조만간 현지를 방문할 계획이다. 집단 억류가 사실이라면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낼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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