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위원장 방중 속뜻은?

  • 입력 2001년 1월 16일 19시 05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2주전인 작년 5월말 중국을 방문했던 김정일(金正日)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이 상대편의 답방이 있기도 전에 또 중국에 간 것은 북한이 주변 환경에 그만큼 민감히 대응하고 있다는 표시라 할 수 있다.

우선 김위원장이 작년 중국 방문 때 베이징(北京)의 첨단 전자단지가 밀집해 있는 롄상(聯想)지구를 간데 이어 이번에도 경제특구가 있는 상하이(上海)를 방문하는 것을 보면 그의 방중(訪中)의도가 무엇인지 감이 잡힌다. 더구나 김위원장은 연초부터 경제 중시 정책을 표방하며 ‘기술 개건(改建)’을 강조해 온 터다. 북한에도 중국이 취해 온 경제 개혁과 대외개방정책을 적용해 보려는 것이 김위원장의 구상인 듯하다.

또 하나는 북한의 대중(對中)외교를 강화하고 대미(對美)외교의 방향을 조율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새 행정부가 들어설 워싱턴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기존의 북―미(北―美)관계에 대한 부정적 견해뿐만 아니라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문제 등 평양이나 베이징측의 ‘신경’을 건드리는 논란이 적지 않게 일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김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은 미국의 새 행정부를 의식, 중국과 새로운 외교 공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김위원장이 중국의 개혁 개방정책에 관심을 갖고 중국 지도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그 자체는 남북한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이를 위해 4자회담 등을 통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새 행정부 등장과 함께 미―중(美―中)간의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그것이 한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과 중국간의 외교관계 강화가 앞으로의 북―미관계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대남(對南)관계에 있어서도 연초부터 속도를 내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15 남북한 공동선언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관계의 본질적인 변화다. 하루빨리 실질적인 평화 정착 구도를 갖춰 나가야 한다. 김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그같은 본질적인 변화에도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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