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형가, 간호조무사 전쟁에 ‘휘청’ … 상호불신 깊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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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형외과의원에서 빠져서는 안 될 존재가 ‘간호조무사’다. 환자 안내·진료 준비·처치·수술보조 등 간호업무 보조부터 병원환경 및 물품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내고 있다.

의원급 병원에서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간호조무사를 주로 채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4년 기준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 취직한 간호조무사 수는 13만2747명이고 보건소와 같은 보건기관에도 약 3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성형 메카’에서는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간호사보다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는 추세다. 의원급 이하 병원에서는 의사의 지도 하에 간호조무사도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입원환자가 5인 미만이거나 아예 외래환자만 진료하는 의원에서도 간호사 대신 전원 간호조무사를 채용할 수 있다. 입원환자가 5인 이상인 의원이라도 정해진 간호사 수의 50%까지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어 간호사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간호조무사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강남권 등 성형외과는 ‘간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병원취업 전문 구인구직 포탈 메디잡이 2010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병원에 근무하는 직장인 2명 중에 1명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 3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5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직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으로는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이 31.3%로 가장 많았다.

당시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주된 이유로 68.4%가 ‘낮은 보수(월급)때문에’를 꼽아 압도적이었다. 이어 ‘직원간 불화’ 17.7%, ‘과도한 업무량’ 8.1%, ‘새로운 경력과 경험을 쌓기 위해’ 1.2%, ‘사생활 문제’가 3.1% 등이었다.
윤상철 메디잡 대표는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의료 보건직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근로조건으로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간호조무사들은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서울 강남의 A모 성형외과 인사 관계자는 “성형외과가 잘 되려면 간호조무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며 서포트하는 게 중요하지만 실제론 자주 옮기는 경우가 적잖다”며 “현재도 이직률이 높아 ‘좋은 인재’를 구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의 B모 성형외과 관계자도 “의사의 성형수술 못잖게 중요한 게 간호조무사의 친절함”이라며 “이들의 행동에 따라 환자들은 병원 이미지를 결정하는 부분도 크다 보니 병원과 ‘케미’(chemistry)가 잘 맞는 직원을 뽑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남 성형외과 중에는 파격적인 채용 조건을 제시하며 간호조무사를 모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선 경력에 따른 연봉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방 소도시의 의원의 경우 간호조무사는 연간 1200~14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남권의 경우 1800만원 이상부터 경력에 따라 3000만원 이상을 부르는 중이다.

이밖에 명절 귀향비를 지급하고, 생일을 포함한 경조사비를 추가하며, 숙소를 마련해주거나 월세비를 지원하는 등 금전적 복지를 늘리고 있다.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지원하는 곳도 적잖다.

무엇보다 성형외과·피부과 특성상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호조무사의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혜택 범위를 넓힌 병원도 상당수다. 서울 강남구의 C병원은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100만원 시술권’ ‘50만원 시술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매년 해외여행, 긴 육아휴직 보장, 헬스클럽·영어학원 등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들이 이직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같이 일하는 상사(병원장 등)나 주변 인간관계에 치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병원 특성상 ‘컴플레인’하는 환자가 많다보니 의사나 간호조무사나 찌들어 있기 십상이다. 업무 특성상 주 6일을 근무하는 곳이 많다보니 피곤이 쌓이는 것도 한몫 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D의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이모 씨(29·여)는 “아무리 일이 한가하거나 돈을 많이 주더라도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모든 게 싫어지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평소 병원 원장 때문에 그만둔 직원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성희롱에 가까운 외모지적, 일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기분으로 화를 내는 모습, 답답한 업무처리 방식 등에 진저리가 나서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일이 편하면 돈이 적고, 돈을 많이 주면 ‘진상(의사나 동료 직원)’이 있는 등 모든 조건을 만족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며 “게다가 강남 J성형외과 사건 등으로 일부 간호조무사의 부정적인 측면이 조명되고, 실제로 개념이 부족한 직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원장들 중에는 간호조무사를 ‘하대’하다 앙심을 품은 직원이 해당 병원의 ‘뒷이야기’를 고발하는 경우가 적잖다. 반대로 원장들도 월급을 받은 뒤 ‘잠수’를 타거나, 환자들에게 불친절하거나, 몰래 불법시술을 펼치는 일부 간호조무사로 인해 곤경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A성형외과 직원은 “의사와 간호조무사 간에 신뢰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가장 중요한 게 상호존중인데 의사는 간호조무사를 ‘값싼 인력’으로, 간호조무사는 의사를 ‘월급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바람에 불신과 이에 따른 의료의 질적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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