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일회용 에어블랭킷, 소아 수술만이라도 사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한외과감염학회

수술 부위의 감염은 대표적인 수술 후유증 중 하나다. 대한외과감염학회에 따르면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대장 항문 수술의 경우 감염률이 13%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감염을 막으려면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체온이 정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해외 조사에 따르면 정상 체온을 유지한 환자가 체온이 떨어진 환자보다 3배 정도 감염 위험이 낮았다. 수술 후 입원 기간도 20%가량 적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수술 환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 CATS(Clippers, Antibiotics, Temperature, Sugar) 항목을 적극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체온유지(Temperature)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나머지는 수술 전 제모할 때 전자가위를 사용하고(Clippers),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며(Antibiotics), 혈당을 유지해야(Sugar) 수술 부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술 환자는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다. 우선 수술실 온도 자체가 20∼23도로 낮은 데다가 오염 물질 차단을 위해 계속 공기가 순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수술을 위해 탈의를 하고 있고 개복 수술의 경우 몸 안의 장기가 드러나면서 공기에 닿는 면적이 넓어져 체온이 쉽게 떨어진다. 또 전신 마취를 했을 경우 열을 발생시키는 근육이 느슨해지면서 체온이 더 떨어진다.

수술 중 저체온증 감염 위험 3배 높아

환자의 심부(중심) 체온이 1, 2도 내려가면 혈관 수축으로 인한 수술 부위 감염 및 심장 합병증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출혈량도 증가하며, 마취로부터의 회복이 늦어진다. 심장과 폐가 좋지 않다면 추위로 인한 전율과 오한으로 인해 산소 소모량이 크게 늘어 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소아의 경우 수술 중 체온이 유지되지 않으면 감염은 물론, 갑자기 패혈증으로 진행돼 최악의 경우 사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수술 후 1시간 내에 정상체온(36∼38도)이 되도록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한번 떨어진 체온은 다시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기담요’ 같은 일회용 에어 블랭킷(air blanket)과 같은 체온 유지 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일회용 에어 블랭킷은 가운 형태로 수술 환자가 입으면 안전하게 가온(加溫)된 바람을 불어넣어줘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원리다.

수술을 앞두고 일회용 에어블랭킷을 착용한 아이의 모습.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수술 중 체온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외과감염학회 제공
수술을 앞두고 일회용 에어블랭킷을 착용한 아이의 모습.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수술 중 체온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외과감염학회 제공


소아 수술에서라도 일회용 에어 블랭킷 사용해야

대한외과감염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모든 수술에서 체온 유지는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아(15세 이하) 대상 수술이나 2시간 이상의 장시간 수술 등에서는 일회용 에어 블랭킷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회용 에어 블랭킷이 별도 수가로 산정돼 있지 않다는 것. 즉 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 개개인이 아닌 병원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은 개당 5만 원 내외로 비싼 편이다.

이에 상당수 병원들은 수술 환자의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비용 문제로 일회용 에어 블랭킷의 사용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일회용 에어 블랭킷을 사용하는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10개 기관 정도에 불과하다. 심지어 몇몇 병원에서는 일회용 에어 블랭킷을 재사용해 오히려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기도 하고, 체온 유지를 한다는 이유로 뜨거운 공기를 환자에게 직접 분사해 화상을 입히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1시간 이상의 수술일 경우 일회용 에어 블랭킷의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영국 국립 보건임상연구원에서는 “수술 중 저체온증 예방을 위해 일회용 에어 블랭킷을 사용하는 게 임상학적, 비용적인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부 교수는 “수술실에서 일회용 에어 블랭킷을 마음 편하게 사용하려면 이를 건강보험 적용 항목으로 별도 산정해야 한다”며 “그러면 감염 등 수술 부작용 발생률을 낮춰 결과적으로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5만 원 내외인 가격 역시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외과감염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 대상 수술이나 장시간 수술, 장기 이식 및 심장 수술 등 체온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수술부터라도 1회용 에어 블랭킷 사용에 대한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감염학회 제공
대한외과감염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 대상 수술이나 장시간 수술, 장기 이식 및 심장 수술 등 체온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수술부터라도 1회용 에어 블랭킷 사용에 대한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감염학회 제공

건강보험 적용 항목으로 별도 산정해야

현재 대한외과감염학회는 1회용 에어 블랭킷의 적정 보상이 필요하다는 학회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고, 이에 대한 정부의 검토 및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모든 수술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 어렵다면 △소아 환자 수술 △2시간 이상의 장시간 수술 △직장 및 회음부 수술 △장기 이식 수술 △심장 수술 등 체온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수술부터라도 1회용 에어 블랭킷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해 달라는 것이다.

부 교수는 “2009년 이후 내가 하는 모든 소아 수술에 일회용 에어 블랭킷을 사용했는데, 수술 부위 감염은 물론 모든 수술 결과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술만이라도 모든 병원이 체온 유지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