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멀리봐야 … 수술부터 ‘완성’까지 대장정

  • 입력 2016년 2월 16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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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양모 씨(28·여)는 이번 설 연휴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통통한 체격 때문에 명절마다 친척들의 독설에 시달리다가 이번 설을 계기로 독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순하고 여린 성격을 가진 양 씨는 본래 외모에 큰 관심이 없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점점 더 몸이 불어났고, 그럴수록 명절마다 친척들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오히려 “교사 외모가 그래서야 되겠냐”는 식으로 친척들의 외모 지적이 도를 넘기 시작했다. 결국 양 씨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터지는 분노와 슬픔을 참고 참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지방흡입을 받기로 결심했다.
계획적이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양 씨는 병원을 차근차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유가 있는 여름방학을 활용해 설까지 6개월간 최대한 몸매를 축소하기 위한 플랜을 짰다. 하체비만이 심한 탓에 목표는 허벅지, 복부 사이즈 축소다.

수술 전날 8시간 정도 금식한 뒤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다. 출혈이 큰 수술은 아니지만 대용량 흡입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1주일 전부터 철분제를 챙겨 먹었다. 지방흡입수술은 지방세포를 캐눌라로 직접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시술의 영역’을 넘어서므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 부위가 좁다면 수면마취 대신 국소마취만으로 가능하지만 양 씨는 수술 범위가 넓어 수면마취를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 후 첫날, 큰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몸을 일으킬 때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게 불편했다. 첫날과 달리 이튿날부터는 예상 외로 큰 고통이 찾아왔다. 실제로 지방흡입 후 7~15일엔 걷거나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마치 두들겨맞은 듯, 뻐근하고 찌릿한 통증이 이어졌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절개로 이뤄진 수술은 부득이 신경이 끊어지거나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옆으로 밀려날 우려가 있다”며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끊어진 미세 감각신경은 3~6개월간 서서히 재생돼 감각이 돌아오고, 옆으로 밀려난 신경들은 1~2개월 후부터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가며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시술 부위나 주변이 간지럽거나 찌릿하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증상이 생기면 ‘신경들이 되살아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양 씨의 경우 고통의 ‘후폭풍’이 가장 심한 부위는 허벅지였다. 이로 인해 ‘화장실에 가는 것’이 죽을 일이었다. 이 때 ‘압박복’은 통증완화의 구원군이나 다름 없다. 지방은 피부와 근육 사이에 위치하고, 지방흡입으로 지방세포가 다량 사라지면 진피층과 근육 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압박복을 착용하면 진피층과 근육층이 마주 닿도록 도와 텅 빈 지방층 사이의 들 뜬 공간을 빈틈없이 유착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들뜬 공간을 방치하면 자칫 지방이 다시 차오르거나 피부가 축 처질 우려가 있다”며 “지방흡입 후 물리적 충격으로 인한 조직의 유동성을 줄여주는 역할로 통증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양 씨도 수술 후 1개월 동안 거의 24시간 압박복을 착용했다. 아무래도 덥고 습한 여름철보다는 추운 겨울철이 압박복 관리에 더 수월하다.

양 씨는 총 8000㏄ 정도의 지방을 뽑았다. 남들보다 많은 양을 뽑다보니 철분제를 복용했음에도 어지러움을 느꼈다. 최병훈 원장은 “지방흡입 과정에서 지방 외에 혈액, 체액 등도 함께 빠져나오는데 약간의 탈수증상이나 일시적인 현기증·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 후 1~2주간 일어나고 앉을 때 조심하고 평소 빈혈이 있거나 철분 수치가 낮은 사람은 병원에 자신의 컨디션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압박복을 장시간 입다보니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했다. 압박복을 오래 입다 갑자기 벗으면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꼈다. 따라서 압박복 착용 초기에는 탈착 시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1~2주 시간이 흐르며 양 씨는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피부 속이 울퉁불퉁 만져지는 것 같아 혹시 잘못된 게 아닌지 걱정이 됐다. 지방흡입 후엔 지방층 속 지방세포가 사라지며 이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때 체액 등이 섞이며 울퉁불퉁한 ‘바이오본드’ 조직이 형성된다. 부작용이 아니라 회복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수술 후 3~6개월 정도에 걸쳐 바이오본드가 서서히 소멸되며 보디라인이 정리된다.

양 씨는 본래 부종이 심한 체질이어서 수술 후 어쩔 수 없이 부을 것이라고 각오하긴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부기가 심해 발까지 퉁퉁 부었다. 그동안 신던 신발이 맞지 않아 편한 신발을 새로 사야 했다.

부기 해소엔 족욕과 산책이 권장된다. 지나치게 무리하게 운동하면 시술 부위에 물이 찰 수 있어 ‘적정선’을 지키는 게 포인트다. 수술 부위에 물이 찬다면 병원에서 바로 처치를 받아야 한다.

수술 2개월 차에 접어드니 양 씨는 드라마틱한 사이즈 축소에 기뻐했다. 바지 둘레가 5인치나 줄었다. 수술 후 1개월부터 시작한 운동과 식이조절이 효과를 보여 적정 체중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수술 후 사이즈가 줄어든 것에 비해 몸무게가 많이 빠지지 않던 상황을 정석 다이어트로 돌파해 지방흡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최병훈 원장은 “지방흡입수술은 다른 성형수술보다 환자의 사후관리가 이어져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매가 개선되니 이번에 수술 흉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지방흡입은 캐눌라를 삽입해 이뤄지는 만큼 몇 군데 절개창을 내야 한다. 보통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살성에 따라 반흔이 남기도 한다. 흉터는 3~6개월에 걸쳐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며 서서히 옅어진다. 회복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색소침착을 개선하는 레이저 시술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

양 씨의 다이어트 성공사례는 교무실은 물론 학생들의 화제에 올랐다. 그는 “지난 설 오랜만에 나를 본 친척들의 표정은 정말이지 액자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였다”며 “지난해 가장 잘한 일로 고민할 필요 없이 ‘지방흡입’을 꼽겠다”고 말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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