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혼자인 듯 혼자 아닌 1인 가구의 ‘공동식탁’

  • 입력 2015년 5월 8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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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우리나라도 네 가구 중 하나가 1인 가구인 실정이다. 그러나 혼자 산다고 밥도 혼자 먹는 건 아니다. 그들은 식탁을 공유하고 있다.

에디터 곽은영 사진제공 주식회사 집밥

1인 가구의 식탁에 주목하는 대중문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1인 가구를 위한 제품들도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물건의 개인화와는 달리 식문화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혼자 살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식사를 제때 챙겨 먹는 것인데, 이에 대한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거나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는 커뮤니티로서의 모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방송프로그램 또한 1인 가구에 주목하며 그들의 애환과 고군분투를 조명한다. 이는 혼자 사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가령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는지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에서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이 따로 또 함께 부대끼고 식사하며 삶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은 혼자 살거나 외로운 사람들이 밤에만 문을 여는 심야식당에 찾아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헛헛함을 달래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우리네 식탁의 모습이다.

세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스웨덴의 ‘공동부엌’

1인 가구 비율이 4.7%인 북유럽 스웨덴. 이곳의 수도인 스톡홀름의 1인 가구 비율은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만큼 스톡홀름 시내에서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보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역시 혼자 살면서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매끼를 건강하게 챙겨 먹는 것이다.

이렇게 1인 가구가 느끼는 식문화에 대한 아쉬운 점을 해결하고자 스웨덴의 한 아파트는 공동부엌을 두고 있다. 이 아파트의 1층에는 공동부엌이 있고 대략 50여 명의 주민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요리의 메뉴와 요리 순서는 회의를 통해 정한다.

식사준비는 4명이 한 팀이 돼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곳에서 식사하려면 한 달에 두 번은 요리당번을 해야 한다. 5주에 두 번만 바쁘게 식사 준비를 하고 나면 나머지 저녁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혼자면 간단식으로 때울 텐데 모임을 통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게 돼 만족도도 높다.

실제적인 시간을 계산하더라도 합리적이다. 매일 집에서 한 시간씩 요리한다고 하면 일주일이면 5시간, 5주면 25시간을 요리하는데 소비하게 되는데 공동부엌을 활용하면 5주에 2시간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동 부엌에선 적어도 혼자 쓸쓸히 밥 먹는 일은 없다. 식사를 제외한 모든 생활은 각자의 집에서 따로 하므로 사생활과 이웃과의 공동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셜다이닝 ‘집밥’ 박인 대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힘”

국내에서는 집밥이라는 소셜 플랫폼이 인기다. 2012년 2월, 당시 일시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소셜다이닝 집밥’은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새로운 커뮤니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소셜다이닝 집밥의 박인 대표와 집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소셜다이닝 집밥을 시작하게 된 시기와 동기는 무엇인가.

2012년 2월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업의 형태는 아니었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SNS에서 이런 걸 해봤으면 좋겠다는 느낌만 가지고 페이스북에서 실험 삼아 ‘우리 집밥을 같이 먹자’라고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분이 호응해주셨다. 그래서 점차 발전해 그해 9월 법인을 만들고 현재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Q. 집밥에 모이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1인 가구분들도 꽤 있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싶다거나 하나의 취미생활로서의 식생활,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이 주로 모인다.

Q. 집밥 모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임 기준이나 장소의 특징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진짜 집밥을 공수해와 먹기도 했는데 요즘은 레스토랑이나 소담한 식당에서 많이 모인다. 집밥은 누구나 모임을 개설할 수 있는 P2P(개인모임)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일주일에 400개 정도의 모임이 개설돼 운영되고 있는데, 많을 땐 하루 50개 정도의 모임이 열리고 누적 모임을 계산하면 오천 개가 넘어간다.

개인들이 만드는 거라 그 기준이나 특징은 다 다르다. 모여서 밥 먹으면서 스터디 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기도 한다. 보통 모이면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함께 밥을 먹는다.

Q. 기억에 남는 모임이나 에피소드가 있나.

초창기에는 모든 모임을 내가 설립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그 모임을 통해 만난 1인 가구가 2인 가구가 된 경우이다. 다가오는 5월에도 집밥 모임을 통해 결혼하는 분들이 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Q. 음식이나 식탁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

음식 선정 기준은 없다. 예전에는 정말 ‘집밥’ 위주로 갔다면 지금은 레스토랑도 있고 대안문화공간을 빌려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 미리 정해놓은 음식으로 식사하기도 한다.

Q. 모이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밥을 같이 먹는다는 문화 자체를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갈 수 있는지’, ‘가면 뭘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어려울 것이 없다. 모임이라는 건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

‘소셜다이닝’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것이지 어떻게 보면 예전에도 동네에 모여서 어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러지 않았나. 그러므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고 오시면 될 것 같다.

Q. 소셜다이닝 집밥의 대표로서 현재 1인 가구의 식사 트렌드를 짚어본다면.

요즘은 양분화되는 것 같은데, 유명한 맛집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요 미식회>처럼 스토텔링이 되는 집을 찾아가는 것 같다. 1인 가구라 덜 챙겨 먹는 건 아닌데, 혼자서 잘 챙겨 먹을 자신이 없으면 이런 모임을 찾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성분들은 혼자 있을 때는 여전히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것 같다.

Q. 집밥을 운영하면서 스스로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나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밥 한 끼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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