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임영주 교수, 아이를 망치는 엄마의 “눈독, 침독 그리고 말독”

  • 입력 2014년 7월 29일 09시 26분


코멘트
“엄마 미워! 엄마 싫어!” 마트에서 악을 쓰며 울던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휙 집어던졌다. 아이스크림은 엄마의 얼굴에 정확히 맞았다. 엄마가 순식간에 얼굴을 감싸는가 싶더니 벌떡 일어나 아이를 ‘독기 가득한’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아이가 점점 더 악을 쓰며 울었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아이가 삐쭉삐쭉 울음을 그치고 엄마에게 두 손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으려 하자, 엄마는 아이의 손을 무섭게 내쳤다. 아이는 휘청했다. 아이는 엄마는 눈치를 보며 집어 던진 아이스크림을 주웠다. 그제야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잡은 아이의 손을 ‘휙!’ 잡아채듯 끌고 돌아섰다. 그 충격으로 아이 손에서 아이스크림이 날아가듯 바닥에 다시 떨어졌다.

마트에서 영유아들과 동행한 엄마가 아이와 실랑이나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는 엄마, 겁을 주거나 협박을 하는 엄마, 아이만 두고 카트를 끌고 가버리는 엄마 등… 아이를 아무리 좋은 말로 어르거나 달래도 속수무책인 상황은 늘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 풍경은 좀 달렸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지도 않았고,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지도 않았다. 그렇게만 했는데도 아이는 겁을 먹었고, 반성했고, 엄마에게 용서도 구했으니 얼핏 보면 바람직한 대처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 엄마가 보여준 것은 ‘매서움’이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보낸 눈길은 아이에게 보내서는 안 되는, 어른들끼리도 보내기 쉽지 않은 독한 눈길이었다. 아이는 엄마의 눈길에 기가 죽었다. 아이스크림을 던진 것, 엄마 얼굴에 맞은 것 등의 복합적 상황에 놀란 아이는 울었고, 겁도 났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아이는 울음으로써 그 모든 상황을 수습하려 했던 것이다. 엄마가 바란 대로 잘못을 깨달았고, 바닥에 던진 아이스크림을 스스로 집어 들었으며 엄마에게 용서를 구하기까지 했다. 아이가 그런 복잡한 상황을 스스로 수습하는 동안 엄마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무서운 눈길로 아이를 꾸짖고, 용서를 비는 아이의 손을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정도로 잡아끌었다. 아이의 손을 잡아챈 엄마의 손에서는 서슬 퍼런 무서움이 느껴졌다.

아이를 꾸짖는 힘
자녀양육에는 엄격함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자애로운 사랑만으로 가능한 일이던가. 그러나 엄격함과 무서움은 다르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자란다. 본능이 앞서는 발달단계에 있는 영유아기에 실수하지 않는다면 이미 아이가 아니다. 어른이 원하는 대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도무지 이해 못 할 행동을 하고 떼 부리고 말도 안 듣는다. 영유아기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시기다. 또한, 발달심리학자 피아제가 말한 대로 자기중심성이 강한 시기다.

문제는 아이의 자기중심성이 부모의 기준과 충돌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마트나 시장에서 아이들이 떼 부리고 꾸중 듣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는 무언가를 보면 갖고 싶고 먹고 싶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먹으면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안중에도 없다.

집에 비슷한 장난감이 있는지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발달단계상 욕구 중심으로 움직이고 오로지 거기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엄마의 입장을 고려하려면 ‘타인을 고려’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유아와 초등 저학년은 아직 그런 발달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려면 아직은 좀 더 세상과 교류하며 배우고 기다려야 한다. 지금 아이에게는 먹고 싶고 갖고 싶은 욕구가 먼저다.

엄마의 눈독, 손독, 침독, 말독
그러나 아이의 본능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에도 기준이 있으니, 부모로서는 한계를 지어야 하는 것이 난제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채워주는 것이 해결 방법은 아닌 것이다.

아이의 욕구를 일정 부분 충족시켜 주면서도 절제하게 하려면 부모가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한다. 감정을 억제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쁜 감정’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든 예에서 살펴본 아이의 엄마는 얼핏 이런 나쁜 감정들, 화와 분노를 잘 조절한 듯 보인다. 엄마는 큰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고, 체벌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엄마는 몹시 무서웠다. 또한, 아이를 인격체로서 무시하는 안 좋은 행동을 했다.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하는 아이는 정서적 혼란을 겪을 것이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정서장애로 진행될 수도 있다.

정신의학자 엘머 게이츠(Elmer Gates)의 실험은 엄마의 분노에 찬 숨결이 아이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분노의 침전물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에서는 분노한 사람의 숨결을 냉각해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죽었다.

지금 화가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에게서 물러서라. 엄마가 아이에게 쏟는 분노의 눈길, 손길, 폭언의 말은 ‘눈독’, ‘손독’, ‘말독’이 되어 아이의 모든 기를 죽이는 맹독이 될 수 있다.

아이 때문에 화가 나서 도저히 감정 조절이 안 될 때는 차라리 아이에게 향하는 눈길을 거두고 아이와 접촉하지 마라. 그것도 감정을 조절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화가 났을 때는 아이와 잠시 떨어져 긴 호흡을 한 후 아이와 마주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거울을 보자. 거울에 비친 눈길이 부드러운가. 입술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두 손에서 나가는 손길은 부드럽고 따뜻할 것이다. 입에서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따뜻한 온기를 담은 말이 나올 것이다. 눈길이 부드럽고, 손길이 따뜻하며, 입술에 어리는 미소가 온화한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는 행복하다.

아이가 무언가를 사달라고 떼를 부릴 때 화내지 않고 해결하는 7단계 대처법
■ 지켜본다 (관찰)
눈길에 감정을 담지 말고 담담한 눈길로 지켜보라. 아이의 떼와 울음이 잦아들 무렵 눈높이 대화, 즉 감정 코칭의 대화로 접근하자.

■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감정을 공감한다
“갖고 싶었구나. 그런데 갖지 못해 속상했구나.”

■ 감정은 안아 주되 모든 행동을 받아 주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요구를 받아줄 수 없는 이유를 일깨워 줘라. “그렇지만 이 장난감은 집에도 있는 걸로 엄마는 알고 있어.”

■ 아이에게 결론을 내게 한다
“엄마 생각에는 집에 가서 확인해 본 다음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 아이가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
“네 생각은 어때?”라는 말이 효력이 있음을 믿어라. 아이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옳은 소리는 억울해하거나 잔소리로 여길 수 있지만, 자신이 말한 내용이나 약속한 것에는 책임을 지려 한다.

■ 약속을 확인한다
아이가 한 약속을 한 번 더 정리하는 멘트를 한다.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러니까 집에 가서 비슷한 장난감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는 거지?”

■ 아이의 현재 기분을 물어보고, 결정을 칭찬하며 마무리한다

임영주 교수는...
교육전문가,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아동문학가, EBS 자문위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동아닷컴 헬스&라이프 제휴사 M미디어 김수석 기자 (kss@egihu.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