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면허 따고도 속수무책 “도로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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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7일 07시 00분


3. 운전교육 축소가 부른 문제들

운전 교육시간 축소 이후 교통사고율 증가
선진국에 비해 운전 교육시간 턱없이 부족
학과시험장 부족…학원서도 응시 가능해야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제도는 2010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간소화됐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시험제도는 2011년 6월에 발표된 ‘버전’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학과시험’과 ‘장내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의 3단계 골격은 유지하면서 교육시간을 대폭 축소했다. 응시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시험제도를 축소한 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축소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운전면허 취득이 쉬워졌지만 교통사고율이 증가했으며,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유발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 전국 26곳뿐인 학과시험장, “운전전문학원에서도 응시할 수 있어야”

운전면허(1·2종 보통 기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운전전문학원에 등록해 교육을 받은 후 자체시험(학과시험 제외)을 통해 취득하는 방법과 도로교통공단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취득하는 방법이 있다.

운전전문학원에 등록하면 학과교육(5시간), 장내 기능교육(2시간), 도로주행교육(6시간)을 이수하게 된다. 그런데 전문가와 운전교육 관계자들은 “교육시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학과교육의 경우 25시간(2010년 2월 23일까지)에서 20시간(20011년 6월 9일까지)으로, 이후 현행 5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교육시간의 축소 못지않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시험장소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학과시험은 종이가 아닌 PC를 이용하도록 돼 있어 ‘PC학과시험’이라고 부른다.

PC학과시험은 도로교통공단의 면허시험장에서만 응시할 수 있다. 문제는 전국에 면허시험장이 26곳뿐이라는 점. 운전전문학원에서 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도 PC학과시험만큼은 면허시험장을 찾아가 응시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지방 응시생의 고충은 더욱 심하다.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응시생이 학과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나주소재 면허시험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에 검증된 운전전문학원에서도 장내 기능시험처럼 학과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10년간 운전면허시험 응시자들이 PC학과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단 면허시험장까지 이동하는데 소요된 교통비는 약 105억원, 시간은 350만 시간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 면허를 따도 운전은 NO?…면허 후에도 교육받는 사람들

장내 기능교육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시간에서 15시간으로, 현재는 2시간으로 축소된 상태이다. 간소화 전 운전면허시험 응시자들은 장내 기능시험장에서 굴절코스, 곡선코스, 방향전환, 평행주차, 경사로 정지 및 출발, 시동상태 유지 등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평가항목은 11가지였다.

그러나 현재 장내 기능시험은 두 가지뿐이다.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기어를 움직여보고 와이퍼, 방향지시등, 전조등을 켤 줄 알면 1차 통과. 50미터 차로를 직진하고 급정지를 할 수 있으면 2차도 통과다. 더 이상의 테스트는 없다.

과거에는 다양한 항목을 교육하기 위해 기능교육장이 6,600m²의 면적을 필요로 했지만 현재는 “기능교육장이 무용지물화 됐다”라는 목소리가 높다.

학과시험과 장내 기능시험을 통과하면 연습면허를 취득하게 되고 도로주행시험을 치러야 한다. 운전전문학원에서 이수해야 하는 도로주행교육시간은 6시간이다. 이 역시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다시 6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시험차량에는 응시자와 시험관, 참관인이 탑승하며 태블릿PC의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도로를 주행하면 된다.

도로주행시험을 통과하면 꿈에 그리던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게 된다. 문제는 면허증을 갓 손에 넣은 운전자가 과연 진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느냐이다.

면허를 취득하고도 도로에 차량을 몰고나갈 자신이 없어 추가로 비용을 들여 도로주행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현재 6시간의 교육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우리나라 운전교육은 학과교육, 장내 기능교육, 도로주행교육을 모두 합해도 13시간에 불과하다. 호주는 120시간, 독일 72시간, 오스트리아 60시간, 가까운 일본만 해도 57시간이다. 운전교육은 생명교육이다. 국민의 생명을 맡기는 일에 13시간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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