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반강성고정술’로 재수술 가능성 확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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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수술 후 평균 15년 경과 장기 추적… 90% 이상 퇴행 변화 소견 없어
스프링 로드가 충격 흡수 돕고
나사선의 긴 원통 케이지로 골 유합-디스크 높이 회복에 효과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병원장. 서울 광혜병원은 척추질환자의 반강성고정술 수술 후 평균 15년 이상 경과에 대해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광혜병원 제공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병원장. 서울 광혜병원은 척추질환자의 반강성고정술 수술 후 평균 15년 이상 경과에 대해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광혜병원 제공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후 경과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물론 수술적 요인과 수술 후 관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단독 내지는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서울 광혜병원은 반강성고정술 수술 후 평균 15년 이상 시점의 경과에 대해 주목하고 추적했다. 추적한 내용을 살펴보면 2005년에서 2011년까지 척추 앞쪽은 나사산 형태의 원통 케이지인 추간체 유합 보형재를, 척추 뒤쪽은 니티놀 스프링 로드에 기반한 바이오플렉스 추간체 고정재를 척추 이식용 의료기기로 삽입한 ‘반강성고정술 환자’가 대상이었다. 대상 환자를 초청해 특수 X-ray 및 CT 촬영 등으로 무료 검사한 후 그 경과를 자세히 분석했다.

특이할 점은 약 100명 중 90% 이상에서 수술한 부위가 그대로 잘 유지되고 있고 수술한 부위의 위나 아래 연접 마디에 추가적인 퇴행 변화 소견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반강성고정술 이후 평균 15년 이상의 장기 추적으로 도출된 결과로 SCIE급 논문으로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척추 재수술 획기적으로 줄인 반강성고정술

일반적으로 강성의 일자형 로드를 이용한 강성고정술의 경우 수술 후 5년 경과 시 연접부 퇴행 변화가 대략 30% 이상, 증상이 없는 연접부 퇴행 변화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알려졌다. 그 원인으로 수술 부위 주변 근조직의 약화나 염증 발생, 환자 개인의 유전적 혹은 특이적 요소, 일자형 로드의 지나친 강성에 따른 척추 하중 분배 구조의 변화가 대표적인 요인이다.

보통 척추 재수술은 상대적으로 긴 수술 및 회복 기간을 다시 겪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부담은 물론 비용적 측면에서도 환자로서는 괴로운 선택이다. 또한 집도의 입장에서도 최초 수술 이후 다양한 퇴행 변화로 인해 척추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며 이미 삽입된 이식용 의료기기를 어느 정도까지 제거해야 하는지에 따라 수술 및 회복 기간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있다. 특히 강성고정술의 강성 유합으로 완전히 단단하게 고정된 마디가 늘어날수록 척추의 하중 분배 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므로 재수술은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척추 수술 후 15년은 강성고정술이었다면 최소 1∼2차례, 많게는 2∼3차례 연접부 퇴행 변화로 재수술이 진행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기간이다. 반면 바이오플렉스를 이용한 반강성고정술의 경우는 평균 15년의 장기 추적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90% 이상의 환자에서 수술한 마디의 위·아래 연접 마디에 퇴행 변화 소견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결과다.

바이오플렉스를 이용한 반강고정술의 차별점

반강성고정술에서 척추 앞쪽과 뒤쪽의 하중 분배 비율이 약 8대2에 가까움을 보여주는 모식도.
반강성고정술에서 척추 앞쪽과 뒤쪽의 하중 분배 비율이 약 8대2에 가까움을 보여주는 모식도.
반강성고정술의 차별점은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하중 분배 구조의 유사성이다. 반강성고정술은 척추의 전방부와 후방부에 가해지는 하중을 정상의 척추와 유사하게 분배해 균형 있는 하중 전달을 꾀한다. 유한 요소 분석 결과 기존 강성고정술은 척추의 전방부와 후방부의 하중 분배 비율이 2대8 혹은 3대7인 반면 후방부 바이오플렉스를 전방부의 척추 유합용 케이지와 병용할 경우 정상에 가까운 8대2로 나타났다.
척추 앞쪽은 나사선 형태의 원통 케이지를, 척추 뒤쪽은 니티놀 스프링 로드에 기반한 바이오플렉스를 삽입한 반강성고정술 모식도.
척추 앞쪽은 나사선 형태의 원통 케이지를, 척추 뒤쪽은 니티놀 스프링 로드에 기반한 바이오플렉스를 삽입한 반강성고정술 모식도.

두 번째로 연접부 퇴행 변화의 최소화다. 강성이 높은 일자형 로드를 쓰는 강성고정술에 비해 유연성이 높은 니티놀 소재와 스프링 구조의 로드를 쓰는 반강성고정술은 수술한 마디에서 더 뛰어난 충격 흡수 능력을 지닌다. 그래서 기존의 강성 유합 대신 연성 유합(soft fusion)이라 한다. 그 결과 연접부 퇴행 변화 예방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세 번째로 분절별 연결 방식의 적용이다. 바이오플렉스는 척추 나사못 머리부에 두 개의 로드가 결합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분절별 연결 방식이 가능하다. 그 결과 수술 부위를 연장하는 재수술이 불가피할 때 기존에 삽입된 구조물의 제거나 해당 부위 절개 없이 연장 부위만 추가하면 돼 수술의 복잡성과 환자의 부담을 줄인다.

네 번째로 나사형 긴 원통 스페이서의 활용성이다. 사각 케이지를 주로 쓰는 강성고정술에 비해 나사선의 긴 원통 케이지를 앞쪽에 스페이서로 쓰는 반강성고정술은 나사 회전으로 디스크 종판 손상 없이 케이지가 단단히 고정된다. 긴 길이 덕분에 추체의 단단한 부위에 양 끝이 위치해 안정적으로 디스크 높이를 복원하고 지지한다. 즉 종판 손상과 케이지 이동 없는 골 유합과 안정적 디스크 높이 회복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척추 토털 시스템 구현

박경우 병원장은 “△중증 이상으로 진행된 척추전방전위증과 척추분절 불안정증 △디스크가 닳아 그 높이가 완전히 낮아질 정도로 심한 디스크 퇴행 △수술적 감압이 필요한 정도로 심한 척주관협착증 등으로 인해 척추 치료 단계의 마지막 방안으로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양한 차별점을 지닌 바이오플렉스를 이용한 반강성고정술을 강력히 권장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첫 수술 당시는 추간공확장술이라는 특화된 척추 비수술을 본격 진행하기 전이었고 그때도 척추 수술은 비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수술 시간과 회복 기간, 수술 중이나 이후의 다양한 위험성, 높은 비용 등으로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15년 만에 다시 만난 환자로부터 ‘강성고정술로 몇 차례 재수술을 받은 지인과 달리 지금껏 잘 지내는 본인을 보면 반강성고정술은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저와 병원에 대한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특허에 기반한 척추 비수술 분야의 추간공확장술부터 척추 수술 분야의 반강성고정술’까지 확고한 척추 진료 토털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추적 검사 결과를 통해 반강성고정술의 장기적인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됐고 특히 재수술 측면에서 획기적인 수치를 볼 때 30년 이상 대안이 없던 강성고정술을 완전히 대체할 척추 수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확신한다”며 “척추 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재수술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잘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100세 시대를 여는 첩경이다”라고 강조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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