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인텔리전스 “양자역학의 세계를 이해하면 신약 개발의 지름길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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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8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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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국내 유망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올해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주관기관을 맡아 물밑에서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오라클, IBM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손잡고 세계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의약품이 임상시험에 성공할 확률을 평균 7.9%, 평균 개발 속도는 10.5년으로 나타났다. 많은 바이오·제약 기업과 투자자들이 ‘기적의 신약’을 기대하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결과물이 빛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문 것이다.

이같은 바이오·제약산업 특유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는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의 실패율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양자컴퓨팅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인 퀘스트를 개발하는 퀀텀인텔리전스 또한 이러한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 중 하나다.

최환호 퀀텀인텔리전스 대표 / 출처=IT동아


최환호 퀀텀인텔리전스 대표는 20년 가까이 학계에 몸을 담은 연구자 출신으로, 지난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물리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저 연구만 하기보다는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강홍석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퀀텀 인텔리전스를 창업했다. 강홍석 CTO 또한 최 대표의 서울대 물리학과 후배이자 2015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화학물리로 박사 학위를 딴 연구자 출신이다.

최 대표는 “나이를 들면서 학계에서 하는 연구가 자기 성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남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바이오·제약 분야를 보니 신약 개발 과정이 생각보다 주먹구구이고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효과적인 알고리즘을 쓰면 그 과정을 훨씬 효율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퀀텀인텔리전스는 전자분포를 바탕으로 신약후보물질의 특성을 예측한다 / 출처=퀀텀인텔리전스

최 대표는 이런 자신의 생각과 그 알고리즘을 논문으로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퀀텀인텔리전스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했다. 바로 물질의 전자 분포를 통해 화합물의 특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이다. 최환호 대표는 “분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대부분 분자의 전자 분포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신약후보물질 또한 양자역학을 통해 전자분포를 계산해 기존 물질과 대조하면 그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A라는 신약후보물질의 전자 분포가 B라는 기존 화합물과 비슷하다면 A 또한 B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물질이 어떻게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독성을 가지고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 독성이 있을 만한 물질이나 효과가 없을 만한 물질을 전임상 이전에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유사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게 퀀텀인텔리전스의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실 시절 최환호 퀀텀인텔리전스 대표 / 출처=퀀텀인텔리전스

퀀텀인텔리전스는 현재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이러한 예측 계산의 효율을 더욱 높이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최 대표는 “구리, 철과 같이 무거운 전이금속들은 전자 분포를 계산하기 어려운데, 우리 몸의 단백질 중 30% 가까이가 전이금속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 년 걸리는 이러한 전이금속들의 전자 분포 계산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퀀텀인텔리전스는 현재 ‘2023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양자컴퓨터 분야 선두 기업인 IBM과 협력 중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글램은 국내 우수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최환호 퀀텀인텔리전스 대표 / 출처=IT동아

최환호 대표는 퀀텀인텔리전스가 기존의 바이오·제약 기업보다는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고 말한다. 신약 개발을 끝까지 끌고 나가기보다는 전임상시험까지 마친 신약후보물질을 라이선스 아웃 방식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캐나다의 생명공학기업인 ‘48아워 디스커버리(48Hour Discovery)’과의 합작투자로 전임상시험 단계까지의 파이프라인도 구축했다.

마지막으로 최환호 대표는 “앞으로도 신약후보물질 발굴을 이어가며 성공적인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게 퀀텀인텔리전스의 목표”라며 “가수도 유명한 곡으로 기억되듯 퀀텀인텔리전스도 향후 획기적인 신약개발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알만한 약의 개발에 기여한 회사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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