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敵은 ‘영양 불량’… 고단백-고영양 식사로 체력 길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암 환자 영양 관리 어떻게 할까

게티이미지 코리아
게티이미지 코리아
‘암 환자는 암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암 환자의 영양상태는 암과의 싸움에서 승패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암 환자의 40∼80%는 ‘영양불량’ 상태에 해당된다. 암 환자의 20%는 영양실조로 인해 사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충분한 영양 섭취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치료도 허사가 될 수 있다. 균형 잡힌 영양은 체력과 면역력을 키우고 감염과 부작용 위험을 줄인다. 암 환자가 고단백·고영양 식사에 중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영양 결핍, 치료 효과 감소시키고 감염 위험 높여
암 환자의 영양 결핍은 식욕부진, 소화불량, 흡수 불량, 저작 및 연하 곤란 등에 의해 발생한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구토, 메스꺼움으로 인해 식욕이 떨어져 음식 섭취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칼로리를 아무리 보충해도 대사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전신 영양부족 상태가 되기도 한다.

암세포가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사이토카인은 환자의 식이조절 메커니즘에 장애를 유발해 식욕부진을 일으키게 된다. 비정상적인 대사 변화를 유발해 체내 지방과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한다. 이에 암 환자는 영양결핍과 체중 감소를 겪게 된다.

이러한 암 환자의 영양결핍, 영양 불량은 조직의 기능과 유지뿐만 아니라 세포의 면역 기능에 영향을 주며 간 기능의 변화로 약물 대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치료 효과는 감소하고 치료 기간은 연장되며 화학·방사선 요법 등을 잘 견디지 못하고 감염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암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수술·항암 치료 시 회복 기간이 길어지고 부작용이 심해진다. 따라서 암 환자는 자신의 영양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극적인 영양 관리를 통해 체력과 면역력 유지에 신경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단백질, 비타민 D·B6·B12 챙겨야
그렇다면 암 환자의 영양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영양’이다.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소식·단식을 해야 한다는 건 매우 잘못된 정보다. 잘 먹어야 암을 이기고 항암 치료로 손상된 세포도 빨리 재생될 수 있다. 암세포가 빼앗아 가는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해 암과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중에서 우선시되는 건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암이 성장하는 동안 심하게 고갈될 수 있으며 수술·항암·약물·방사선치료로 인해서도 체내 단백질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암 치료 중에 충분한 단백질 식품의 섭취는 치료로 인해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내므로 평소보다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암 환자에게 권고되는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당 1.2∼1.5g 정도로 일반 성인(0.8∼0.9g)보다 높다. 체중이 60㎏인 암 환자라면 하루에 단백질을 72∼90g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반찬으로 살코기나 생선, 두부, 계란, 콩 중 한 가지는 매 끼니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사골, 설렁탕과 같은 국물 음식보다는 고기나 생선의 건더기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간식으로는 우유, 두유, 요구르트, 치즈 등이 단백질의 급원이 된다.

단백질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식물성 식단’이다. 대한암협회는 여러 색의 채소·과일·콩류를 섭취하는 것이 암 환자에게 바람직한 식이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다채로운 색을 가진 채소·과일은 각기 다른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항산화 물질을 갖고 있어 암 환자의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생존과 재발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녹색인 브로콜리·케일에는 비타민 C와 철분이, 토마토 같은 빨간색 과일·채소엔 라이코펜이란 항산화 물질이, 파랑·보라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이처럼 식물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을 파이토케미컬이라고 한다. 암·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 중 과일, 채소 섭취량이 높은 군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전체 사망률이 1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버섯·콩류·녹색 채소에는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비타민 D, B6, B12가 풍부하다. 이들 영양소는 면역과 체력, 신경 기능 유지를 돕는다. 암 환자에게 부족하기 쉬워 챙겨야 하는 미세 영양소이기도 하다. 자궁내막암·대장암 발병과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다.

비타민 D는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고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로 햇빛을 통해 체내에서 합성된다. 하지만 암 환자는 햇빛을 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타민 B6는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고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 여러 역할을 한다. 비타민 B12는 빈혈을 예방하고 신경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암 환자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빈혈이 잘 발생한다.

식약처,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신설
지속적인 식욕부진, 오심, 구토 등으로 도저히 일반 식사를 통한 영양 섭취가 불가능하다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2022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암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표준제조기준을 마련했다. 그동안 환자용 식품은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표준제조기준이 마련됐다. 이는 다양한 질환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암 환자의 치료, 회복 과정에서 영양 보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암 환자 전용 영양조제식품의 기준이 마련되면서 그동안 일반 단백질 음료나 환자식으로 어느 정도 영양을 보충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던 암 환자들이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설계된 암 환자용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암 환자의 체력을 유지, 보충하고 신속히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암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중점적으로 고함량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또한 식약처 기준에 맞는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단백질을 기반으로 오메가3 및 다양한 비타민·미네랄로 구성돼 있다. 암 환자들은 항암제와 부작용 때문에 영양 제한이 까다롭고 냄새나 맛에 극도로 민감해 일반식은 대부분 못 먹는다. 이 때문에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규격’ 신설과 함께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는 것에 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암 전문가들 또한 반기고 있다. 단,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선택할 땐 식약처의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표시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는 암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족했다는 의미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
#헬스동아#건강#의학#암 환자#영양 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