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떠난 여행서 물갈이 걱정된다면 유산균 챙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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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제 복용, 근본적 해결책 아냐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고
음식 익혀먹는 등 위생 신경써야
꾸준한 유산균 섭취로 장 환경 개선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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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캠핑족이 급증하면서 국내 캠핑 인구 70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2019년 약 530만 명에서 2020년 680만 명, 2021년에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캠핑 시장 규모도 6조3000만 원대를 기록했다. 복잡한 도심 속 일상을 떠나 한적한 자연 속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와 휴양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뜻밖의 ‘불청객’을 만나 고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물갈이’라고 불리는 복통과 설사다. 낯선 장소에서 평소에 먹지 않던 새로운 음식이나 고기와 같이 기름진 식품을 다량 섭취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시기엔 음식이 쉽게 상하고 장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찬음식·날음식·휴가지 물갈이 장 건강 위협
‘물갈이’는 여행을 망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정식 명칭으로는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 rhea, TD)’로 불린다. 여행자 설사는 반복되는 설사 증상과 함께 복통·구토를 동반하기도 하며 심하면 발열·혈변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단순 설사부터 패혈증까지 증상이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특히 2세 이하의 유아, 노인이나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자 설사의 대부분은 대장균과 같은 유해 세균의 감염이 원인이다. 평소 내성이 생기지 않은 유해균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습도·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세균의 활동이 활발해져 감염률이 높아진다. 세균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온다.

낯선 환경도 여행자 설사의 원인이 된다. 토양·공기·물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균총(미생물 집단)이 평소의 생활권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이에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장속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려 설사를 일으킨다.

특히 캠핑 시에는 주로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는데 식재료를 비위생적으로 보관·조리할 경우 부패와 변질이 쉬워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아이스박스와 같은 냉장 기구 없이 축산물(생고기)을 외부나 차량 트렁크에 보관하면 4∼6시간 후부터 세균 증식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술과 함께 돼지고기·소고기·소시지와 라면 등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다 보면 음식물의 소화가 더뎌지며 설사와 복통을 겪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지사제 복용하면 장내 독소 배출 어려워
이처럼 여행지에서 복통이나 설사가 나타나면 흔히 지사제를 복용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설사는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생긴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 활동이다. 억지로 설사를 멈추려 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지사제를 통해 장운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독성이 강한 균들이 장내에서 증식해 장 환경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우선 여름철에는 바른 음식 섭취가 필수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어패류나 육류, 유제품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너무 차갑거나 자극적인 음식,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 먹는 외부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은 5도 이하 또는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증식이 억제되므로 식재료를 구입한 후에는 가급적 빨리 얼리거나 가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캠핑 시 식재료로 축·수산물을 이용할 경우 최대한 마지막에 구입해 바로 아이스박스와 같은 냉장 기구에 넣어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축산물 등의 육즙이 다른 식품에 묻어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별도로 구분해 보관해야 한다. 조리·섭취 단계에서는 고기류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서 섭취해야 하며 날육류를 자르는 데 사용한 칼과 도마는 다른 음식에 곧바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뜨거운 물로 소독, 세척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날육류가 놓였던 접시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음식물을 매개로 한 감염병이나 급성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 제시한 예방 수칙 또한 이와 비슷하다. 음식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위생적으로 조리하기, 길거리 음식 먹지 않기, 포장된 물과 음료수 마시기, 과일·채소는 먹기 전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 벗겨 먹기,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등이다.

평소 장 환경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의 섭취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내 세균총을 개선하고 정상화해 장에 이로운, 살아 있는 미생물을 뜻한다. 즉, 장에 도달했을 때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유익균 통해 유해균 억제하고 장 환경 개선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익균을 꾸준히 섭취해야 우리 몸속에서 유익균이 유해균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장속 유익균을 늘림으로써 유해균을 죽이거나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경쟁적 억제(competitive inhibition)’라고 부른다. 장내 세균총들 간의 자리싸움에서 유익균이 유해균의 장 정착을 억제, 방해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유익균은 탈이 난 장을 자연스럽게 안정시켜주고 식중독의 원인균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여행 전후나 설사가 심하게 발생할 때 정장제 중 하나로 유산균 제제의 섭취를 권장하는 이유다. 지사제가 설사를 억제하는 기능이라면 유산균은 병원균의 발육을 저지하고 정상적인 장내 세균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 여름철 유독 배탈이 심하거나 낯선 환경에서 설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람이라면 유산균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

유산균을 고를 때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장내 생존율이다.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유산균은 위산과 담즙산에 약해 장까지 도달하기 이전에 사멸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유산균의 생존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 있다. 바로 프롤린이다. 프롤린은 미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로, 우리 몸속 콜라겐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이러한 ‘자기방어’ 특징에 착안해 유산균을 제조할 때 프롤린을 주입, 균주 자체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프롤린 공법’이라고 한다. 아미노산을 첨가해 균주 자체의 내산성, 내담즙성,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코어 강화 기술이다.

더불어 정착률이 강화된 유산균이라면 일석이조이다. 유산균이 장에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장벽에 잘 정착해 머무르는 정착률 역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유산균의 정착률을 높이는 기술은 ‘실크피브로인 공법’이 있다. 공법은 누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을 방출해 몸에 둘러싸는 것에 착안해 개발한 것으로, 유산균의 장내 정착성을 향상시키는 공법이다. 따라서 프롤린 공법과 실크피브로인 공법이 동시 적용된 유산균을 섭취한다면 더욱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은 ‘유익한 유산균 증식’ ‘유해균 억제’ ‘배변 활동 원활’이다. 제품으로 섭취할 때는 유산균의 장내 생존력, 균 수, 믿을 수 있는 기업에서 만들었는지 등을 따져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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