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불청객 ‘괭생이모자반’…알고보니 피부질환 치료에 항암 효과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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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에 있는 괭생이모자반 모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제주 바다에 있는 괭생이모자반 모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괭생이모자반은 어민들 입장에서 ‘바다의 불청객’이다. 매년 중국에서 대량으로 떠내려와 우리나라 연안에 쓰레기처럼 쌓인다.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데다 연안 양식장을 덮어 양식시설 훼손 및 수산물 품질 저하 등의 피해가 생긴다.

괭생이모자반은 10m이상까지 자라는 대형 갈조류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전역에 폭넓게 분포한다. 일부 지역에서 어린 개체를 먹기도 하나 성체는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떠내려오는 이유는 괭생이모자반이 기낭을 갖고 있어 물에 떠 멀리 이동할 수 있고 이들의 성장 시기인 3~5월에 개체군이 점점 커지면서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부유성 괭생이모자반에 대해 유해해양생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 큰 괭생이모자반
괭생이모자반 연구 결과 도식.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하지만 괭생이모자반은 생태적 가치와 함께 다양한 유용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경제적 가치가 크다.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은 피부질환 치료제 및 예방제, 비료, 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괭생이모자반의 후코이단 성분은 항암 효과로 유명하며, 알긴산 성분은 생분해성 비닐 등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괭생이모자반을 2020년부터 국외반출승인대상종으로 지정해 국외로 반출하려고 할 때 반드시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명 자원의 가치발굴을 통해 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선도하는 기관이다. 그동안 괭생이모자반을 유용한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다각적 연구를 진행했다. 관련 연구성과로 논문 10건, 특허 출원 등록 7건을 완료해 산업체와 기술 공동연구 및 산업화 방안을 찾고 있다.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의 다양한 약효

괭생이모자반 표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괭생이모자반 표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세포 실험을 통해 국내에서 자생하는 괭생이모자반에서 추출한 물질을 투여했을 때, 콧속 염증을 유발하는 인자가 현저히 줄어드는 항염 효과를 확인했다.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이 비용종과 축농증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올해 특허등록이 완료됐다. 앞으로 기업과 함께 코 세정제품 뿐 아니라 비용종 질환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 소재 개발이 가능해졌다. 또 괭생이모자반 추출물로부터 염증성 피부질환인 건선을 예방 치료하는 효능도 추가적으로 밝혀냈다.

이렇게 괭생이모자반으로부터 비용종·축농증 및 피부 건선 치료 효과가 뛰어난 추출물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기업에 해당 기술을 양도하여 의약 소재 등으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괭생이모자반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침투 억제 효능이 있는 물질로 알려진 ‘로리오라이드(Loliolide)’를 추출했다. 또 로리오라이드가 항산화 및 항염 효과가 있음을 새롭게 밝혀 냈다. 향후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한 기능성 연구로 항산화 및 항염증 관련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괭생이모자반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하여 매우 간단하고 친환경적인 합성 방법을 통해 탄소나노점-산화아연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다. 개발된 나노복합체는 우수한 항균기능을 갖는 것을 확인됐는데 세균(박테리아)과 진균(곰팡이)에 처리한 결과, 대상체의 생장억제력이 일상적인 살균제로 사용되고 있는 락스 희석용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해당 기술은 최근 특허등록이 완료됐다. 이러한 나노복합체 합성기술을 기반으로 항균 기능을 갖춘 미세먼지 방지제를 개발하기 위해 2022년부터 해양수산부 지원 기업 공동 국가 연구개발 사업(KIMST, 유망기술 Scale-u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개발 내용은 2023년 기술이전을 앞두고 있다. 기존 미세먼지 방지제품들과 달리 항균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과 더불어 감염성 세균과 같은 유해인자를 추가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가능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에서 노리소프레노이드 계열인 ‘Apo-9-fucoxanthinone’ 외 1종을 분리 정제하기도 했다. 노리소프레노이드는 포도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와인의 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괭생이모자반 추출물로부터 분리한 해당 물질은 항염 활성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을 활용해 식물병 방지를 위한 기능성 소재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농업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식물병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기초단계이긴 하지만 괭생이모자반 유래 암세포 성장 억제효능을 가진 소재개발 연구에도 착수한 상태다.

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장은 “앞으로 괭생이모자반 기반 물질의 효능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소재 표준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바다의 불청객으로 여겨지는 괭생이모자반이 유용한 산업소재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정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천연물자원실장(이학박사)
원정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천연물자원실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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