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지]세계는 여전히 ‘건기식’ 열풍… 경쟁력 높이려면 식약처 기준 완화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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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푸드 유럽
가공 최소화, 재활용 패키지 등 친자연-친환경 트렌드 두드러져
한국 기업도 11곳 참가해 홍보
“성분 수입하면 임상 다시 하기도… 수출 위해선 규제 낮춰야” 목소리

비타푸드 유럽은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매년 2만50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박람회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비타푸드 유럽은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매년 2만50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박람회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비타푸드 유럽은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매년 2만50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박람회다.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비타푸드 유럽(Vitafoods Europe 2023)’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전 세계적으로 건기식 성장세
지난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전년 5조6902억 원 대비 8% 증가하며 6조 원을 넘어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기식 판매 업소는 2019년 8만1559개에서 2020년 9만1489개로 12%가량 크게 증가했다. 또 건기식 시장에 대기업까지 지속적으로 진출하면서 강화된 업계 경쟁 강도가 올해 지속될 가능성도 엿보이는 상황이다.

26회째를 맞은 비타푸드 유럽은 세계 건기식 시장의 트렌드와 기술을 조망하고 업계 간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면적 5만7500㎡에 참가 기업 1250개, 관람객 약 2만5000명을 기록한 대규모 전시회다.

이번 비타푸드 유럽에서는 친자연적·친환경적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과일, 식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원료를 최소한으로만 가공해 육체와 정신 건강을 함께 케어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주를 이룬 것. 건기식을 담는 용기도 ‘100%로 재활용 가능’ ‘CO 절감 용기’ 등의 문구를 내세웠다.

기능도 중요하지만 맛도 중요해졌다.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젤리 타입의 건기식 제품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젤리 타입의 건기식이 기존 유아용 제품에서 성인용 제품까지 확대되며 트렌드 반열에 오르는 모양새다.

최근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는 등 장 건강을 넘어 다양한 기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인기도 여전했다.

지난해 국내 수면 건강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약 550억 원(추정치)에 달하며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7년 56만 명 △2018년 59만 명 △2019년 63만 명 △2020년 65만 명 △ 2021년 68만 명 △2022년 80만 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정신 건강 관련 소재들이 많아졌다. 스트레스 완화, 긴장 완화, 수면 개선 등의 건기식 성분이 인기를 끌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하는 한국관에는 11개 기업이 입주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하는 한국관에는 11개 기업이 입주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 업체들도 수면 건강 시장 규모가 커지는 점에 주목해 제품 연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특히 수면 건강 개선을 포함한 ‘멘탈케어’에 관여하는 제품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CJ웰케어는 최근 편안한 잠을 위한 ‘닥터뉴트리 슬립메이트 락티움’ 제품을 선보였다. 수면 건강 등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의 제품을 닥터뉴트리 브랜드를 통해 출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hy는 올해 ‘위-장-간’ 라인업을 잇는 차세대 전략 제품인 ‘스트레스케어 쉼’을 선보였다. 기존의 장 건강 중심의 발효유 기능성을 멘탈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 특정 연령대가 아닌 수험생, 직장인 등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박람회 장에서 익숙하고 반가운 한국 기업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하는 한국관에 입주한 11개 기업을 비롯해 쎌바이오텍, 메디오젠, 동국제약 등이 참가했다. 국내 기업 부스에서는 직접 맛도 보고 실제 구매 상담까지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진행됐다.

박람회 한편에는 주최 측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만을 선별해 소개하는 ‘New Product Zone’이 있다. 건기식의 새로운 트렌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 공간은 바이어의 관심도가 높은 곳이다.

New Product Zone에서 한국 브랜드 듀오랩(DUOLAB)을 만날 수 있었다. 듀오랩은 쎌바이오텍이 지난 11월 새롭게 선보인 영양제 브랜드다. 쎌바이오텍은 지난 28년 동안 유산균의 다양한 기능성을 연구해 ‘시너지 유산균’이 영양제의 흡수율을 높인다는 새로운 역할을 발견했다.

비티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박람회가 중단됐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비타푸드 유럽에 참가한 한국 기업이다. 기능성 원료 소재를 개발하고 유통한다. 박람회 장에서 만난 김태영 비티씨 대표는 “자체 개발한 발효 홍삼 ‘FermenGIN’, 피부 건강에 효능이 있는 ‘DermaNIA’, 노인 근력 개선을 위한 ‘Bio-GTE’ 등을 전시하고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 키우기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도
유럽 시장에서는 건기식이 약국을 통해 가장 많이 유통된다. 이 밖에 자사 채널을 활용한 직접 판매, 드러그 스토어, 건강 전문점 등에서 취급한다. 물론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지만 의료 전문가와 상담한 이후 약국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매 행태다.

이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는 일반 소비자보다 약사와 같은 의료 전문가를 먼저 설득해야 하며 제품의 안전성,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설득 요소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제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까다로운 유럽의 건기식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박람회 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건기식에 대한 우리나라 식약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나라가 건기식 제품을 등록할 때 신고제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허가제이고 해외 건기식 성분을 수입할 경우 임상을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조경원 씨제이웰케어 상무(연구소장·약학박사)는 “해외의 건기식 소재를 우리나라에 수입할 경우 임상 시험을 국내 기준에 맞게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며 “건기식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졌지만 국내는 아직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 수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네바=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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