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력충전법[지나영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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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박사는 24마리의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눠 다른 방식으로 전기 충격을 줬다. A그룹은 개가 발판을 누르면 충격이 멈추도록 설계했다. B그룹은 발판을 눌러도 전기 자극이 멈추지 않도록 했다. C그룹은 충격이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

24시간 뒤 세 그룹의 개들을 새로운 상자로 옮겼다. 가운데 낮은 담을 경계로 한쪽 상자는 충격이 있고, 다른 한쪽은 충격이 없었다. 개를 한 마리씩 충격이 있는 상자에 둔 결과 A와 C그룹의 개들은 낮은 담을 넘어 안전한 공간으로 피했다. 하지만 B그룹은 가만히 충격을 견디며 웅크리고 있었다. B그룹의 개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학습한 것이다. 이를 셀리그먼 박사는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명명했다.


우리 주변에도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이들에게는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학습된 무기력에 의한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그러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만 해도 낮은 담을 넘는 용기를 낼 수 있을 테니까.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조금만 힘을 내 일어나 보자. 원하는 것이 너무 멀리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작은 과제부터 실천해 보자. 밀린 설거지를 하고, 이불을 개고, 10분 산책을 하고, 책을 한 페이지 읽어 보자. 그렇게 첫 한 걸음을 떼면 다음 징검다리가 보이고, 또 힘을 내면 그다음 징검다리가 보인다.

그러다 넘어진다 해도 다시 일어나 꾸준히 가면 된다. 언젠가 앞을 가렸던 안개도 걷힐 것이다. 도달한 곳이 생각하던 것과 달라도 괜찮다. 노력한 과정과 거기서 일군 결과가 주는 가르침이 있을 테니까. 하루하루를 열심히 채우며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길이 열리는 게 인생이다.

나치 수용소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삶의 문제를 능동적으로 달려들어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마치 일력을 하나씩 뜯어 그 뒤에 짧은 일기를 적어 모아 놓는 사람과 같다. 후에 풍요로운 순간들과 충실하게 살아왔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뿌듯함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가로막는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져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한번 달려들어 보자. 그 ‘넘사벽’ 같았던 담이 생각보다 낮을지도 모른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5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8만3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인생의 씁쓸함을 달콤함으로 바꾸는 법’(https://www.youtube.com/watch?v=tTIBdazekOo)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무기력#활력충전법#능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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