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면 안 팔린다”…‘프리미엄 or 저가’ 스마트폰 제품 양극화 뚜렷해질 듯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5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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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스마트폰 시장은 최상위 프리미엄폰과 가장 저렴한 저가폰으로의 양극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업체들이 중간 수준의 가격·성능의 제품 생산을 줄이는 행보를 보이면서다. ‘중간 수준’이라는 품질이 ‘애매한 위치’로 여겨지며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확실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급형 제품 중 가장 비싼 제품”…삼성, 갤럭시 A7 신제품 단종 가능성 제기돼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A시리즈’ 가운데 가장 고성능·고가인 갤럭시A7 라인업의 신제품(갤럭시A74)을 올해 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A시리즈는 A1, A2, A3, A5, A7 등의 시리즈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과 가격이 모두 높다.

지난해에는 갤럭시A73이 출시되긴 했으나 인도, 일부 동남아 국가, 호주 등에만 출시되고 주요 시장인 한국과 미국 등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A7 라인업의 출시 국가 범위를 점차 줄여나간 데 이어 이제는 아예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된 셈이다.

가성비폰으로 보기에는 가격이 높고, 그렇다고 성능을 보자니 플래그십폰과는 겨룰 수 없는 애매한 위치가 A7 라인업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갤럭시 A73의 출시 가격은 약 60만~70만원 수준이었다. 같은 해 출시된 플래그십폰 갤럭시 S22의 출고가가 99만9900원부터 시작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물론 갤럭시 A73은 카메라·배터리 등에서 갤럭시 S22 일반형 모델을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폰’이라는 이미지를 고려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고,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A시리즈가 아닌 갤럭시 S22 플러스·울트라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 국내시장과 유럽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탑10’ 제품 가운데 A1, A3, A5 등은 모두 이름을 올렸으나 A7 제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세계 판매량 탑10 제품에도 A1과 A5만 선정됐을 뿐이다.

또다른 중급 제품인 ‘갤럭시 S FE(팬 에디션)’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1월에는 갤럭시S21의 하위 파생 모델인 갤럭시 S21 FE가 출시됐으나, 후속작인 갤럭시 S22 FE의 출시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전문 IT매체 샘모바일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갤럭시 S22 FE의 출시가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시장 전략에 따라 이같은 중급 제품 라인업 축소 기조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열린 MX(모바일 경험)사업부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향후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와 기술 향상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저가폰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면 제품을 보다 프리미엄화 하겠다는 목표다. 물론 중국업체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견제하고 1위를 수성하기 위한 가성비 저가폰에 대한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프리미엄 또는 저가의 양자택일만 있을 뿐 애매한 중급 모델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애플도 애매한 제품 줄일까…애물단지 ‘플러스’ 살리기+보급형 SE 양산 재고 등 나서

애플도 삼성전자와 비슷하게 ‘애매한 제품 줄이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아이폰14 플러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플러스 모델은 기존의 ‘미니’ 모델 대신 아이폰14 시리즈부터 처음으로 채택됐는데 프로 모델과의 노골적인 급 나누기, 애매한 가격 책정 등으로 4개의 아이폰14 라인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요를 보였다. 이에 애플은 아이폰14를 출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플러스 모델을 감산하고, 일부 공정 생산 라인을 프로 모델로 전환하는 고육책까지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폰15 시리즈’에서는 플러스 모델의 저조한 성적을 개선하기 위해 프로 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더 벌리는 등 가성비 면에서 보다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의 또다른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SE’ 시리즈도 휘청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더해 생산 비용, 판매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되고 있던 ‘아이폰 SE 4세대’의 생산 계획도 연기·취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SE3, 13미니, 14플러스 등 중저가 아이폰 출하량이 꾸준히 저조한 탓에 애플이 2024년형 아이폰 SE 4세대의 양산형 계획을 취소·연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SE 4세대의 풀스크린 디자인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애플이 제품 포지셔닝 및 투자 수익률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불필요한 신제품 개발비 절감은 애플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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