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 “美자연사박물관 ‘말랑한 공룡알’ 연구에 오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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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 중국과학원 박사후연구원, ‘라만 분광학 스펙트럼’ 해석 반박
“구워진 패턴 확인” 네이처에 실려

트라이아스기 살았던 무스사우루스의 알 화석. 2020년 미국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무스사우루스의 알이 말랑한 재질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자연사박물관 제공
트라이아스기 살았던 무스사우루스의 알 화석. 2020년 미국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무스사우루스의 알이 말랑한 재질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자연사박물관 제공
미국자연사박물관 척추고생물학 연구팀은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일부 공룡 알이 새알처럼 딱딱하지 않고 도마뱀이나 거북 알처럼 말랑한 양피지 질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2020년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2년여가 지난 19일 중국과학원 소속 한국 과학자가 이 같은 사실을 뒤집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이목을 끌고 있다.

최승 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학 및 고인류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미국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당시 논문에서 공룡 알이 말랑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던 ‘라만 분광학 스펙트럼’ 결과 해석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9일 네이처 ‘매터스 어라이징(matters arising)’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코너는 네이처에 실린 연구논문 중 추가 의견이나 반박을 제기할 수 있는 논문으로 분류된다.

최 연구원은 “일부 공룡 알에 대한 라만 분광학 스펙트럼 결과가 말랑한 유기물에서 나오는 패턴이 아닌 전형적인 구워진 유기물 패턴이었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그간 온도가 높은 한반도의 공룡알을 연구했기에 이 같은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며 “중생대 시기 화산 활동이 많은 뜨거운 땅이었던 한반도에서는 알 껍데기 온도가 높아져 마치 구워진 화학구조를 띠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연구팀 논문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동료들과 팀을 꾸려 공식적인 반박을 제기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실리게 됐다.

최 연구원은 2015년부터 고생물학을 연구해온 학자다.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척추고생물학계에서 연구가 활발한 미국과 중국의 시스템을 모두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 2020∼2021년 미국 몬태나주립대를 거쳐 지난해 중국에 자리를 잡았다.

고생물학계에서 연구 결과가 뒤바뀌는 사례는 종종 있다. 최 연구원은 “공룡 화석은 개체 수 자체가 많지 않아 연구의 엄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네이처처럼 반박의 장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학술지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가설이 제시되고 반증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美자연사박물관#말랑한 공룡알#연구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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