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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보행 돕는 웨어러블 로봇, 머지않아 안경처럼 일상화될 것”

입력 2022-06-17 03:00업데이트 2022-06-1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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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는 세상의 모든 보행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15년째 로봇 연구를 해온 공학자다.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이 분야의 실력을 겨루는 국제대회인 ‘사이배슬론’에 두 번이나 출전했다.

9일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공 교수는 노트북을 펴고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최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수십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공 교수는 “많은 장애인이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웨어러블 로봇이 이동권 보장을 위한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326개 지하철 역 중 21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차고를 낮춰 장애인 승하차를 쉽게 한 저상버스의 전국 도입률도 27.8%에 불과하다. 공 교수는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해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 연구팀은 하지마비 환자가 입고 걸으면 평지는 물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를 개발했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1분 이상 가만히 설 수 있고 힘들이지 않고도 시속 3.2km로 걸을 수 있다. 다리를 다친 환자를 위해 재활훈련용 로봇인 ‘엔젤렉스’도 개발했다. 장애 진행을 늦추고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 훈련에 활용된다.

공 교수는 “이동권 보장은 선천적인 장애인이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고령화와 성인병 증가 등을 이유로 보행장애를 겪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6만5627명이었던 보행치료 환자는 2019년 7만1656명으로 늘었다. 보행장애가 후유증으로 남는 뇌졸중 환자 수도 매년 약 3%씩 증가해 2020년 약 63만 명에 달했다.

공 교수는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와 의기투합해 2017년 LG전자 투자를 받아 재활로봇 제작기업 엔젤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회사는 워크온슈트나 엔젤렉스를 포함해 5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분당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이 25대의 웨어러블 로봇을 구매했다. 5월에는 말레이시아 대한재활병원에 공급하며 해외수출도 시작했다.

그는 10년 뒤면 적응훈련도 필요 없는 개인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을 1주일 만에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로봇 한 대를 제작하는 데 6개월, 환자가 적응 훈련을 하는 데까지 18개월 정도 소요된다. 공 교수는 “아직은 제품 경량화나 품질 확보 등이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며 “머지않아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듯 맞춤형 로봇을 손쉽게 구매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 시대를 앞두고 가장 필요한 건 뭘까. 공 교수는 “지금은 장애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부끄러워 집밖에 나가길 꺼린다”며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손잡고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장애인이 참여하는 로봇체육대회 창설을 추진하는 이유다. 공 교수는 “보행 장애인에게 기다림만을 강요하는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로봇 착용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과 함께 반드시 더 뛰어난 기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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