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환자 모니터링 무선 센서’… 한국인이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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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 기술로 주목받는 기업 ‘사이벨’

1. 사이벨이 개발한 건강 모니터링용 센서. 사이벨·노스웨스턴대 제공
1. 사이벨이 개발한 건강 모니터링용 센서. 사이벨·노스웨스턴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의료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젊은 한국 공학자들이 주축인 의료기술 스타트업 ‘사이벨’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주목받고 있다. 작고 부드러운 무선 센서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내세웠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한국인 공학자와 미국인 지도교수, 의사가 주도해 설립한 ‘사이벨’은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 아시아법인 ‘사이벨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이벨 공동창업자이자 사이벨 인터내셔널 대표인 정하욱 대표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사이벨의 센서 기술은 선이 줄줄 달린 병원 장비를 가장 직관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줄 대안”이라며 “의료 환경의 변화로 의료인의 노고를 덜어주고 시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켜 국내 의료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생아 검진은 물론 코로나19 감시에도 활용… 과학계 극찬

2. 센서를 신생아에 착용시킨 모습. 가슴과 발에 각각 센서를 부착해 체온과 심장박동, 혈압 등을 측정한다. 측정 데이터는 무선으로 전송돼 거추장스러운 선이 필요 없다. 저소득 국가의 영아 사망률을 낮출 기술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이벨·노스웨스턴대 제공
2. 센서를 신생아에 착용시킨 모습. 가슴과 발에 각각 센서를 부착해 체온과 심장박동, 혈압 등을 측정한다. 측정 데이터는 무선으로 전송돼 거추장스러운 선이 필요 없다. 저소득 국가의 영아 사망률을 낮출 기술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이벨·노스웨스턴대 제공
사이벨은 2018년 미국에서 설립된 대학 스핀오프 기업이다.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 대표가 지도교수 존 로저스 교수와 이종윤 연구원, 피부과 전문의 스티브 쉬 연구원과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들은 실리콘 소재의 부드럽고 잘 휘어지는 패치를 이용해 체온과 심장박동수, 호흡수, 혈압, 혈중산소포화도 등 핵심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개발해 2019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발표 당시 순수과학과 공학의 발견을 주로 다루는 국제학술지에 응용기술이 게재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과 함께 큰 화제가 됐다. 사이언스는 당시 신생아 전문가의 별도 기고까지 실으며 “의료 모니터링 분야의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평했다. 지난달엔 네이처가 다국적 제약사 머크와 공동으로 신설한 ‘스핀오프상’의 첫해 수상기업 4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이벨이 개발한 무선 센서는 광센서와 전극,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안테나, 두께 0.005mm의 구리 도선 등을 집적해 만든 패치로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다. 가슴과 발바닥에 각각 붙여 데이터를 수집한 뒤 거추장스러운 전선 없이 무선으로 외부 모니터링 장비에 전송한다. 결과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할 수도 있다. 사이벨의 무선 센서는 가장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존재인 조기 출산 신생아 검진부터 수면 장애 모니터링, 코로나19 감시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복잡하고 비싼 의료 장비 없이 간단한 센서와 스마트폰, 노트북만 있으면 환자의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로저스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60달러(약 7만2000원) 수준인 건강상태 모니터링 비용을 600분의 1인 0.1달러(약 120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특히 연약한 어린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미세한 홈이 있는 특수 구조를 채택해 탈부착이 편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종원 사이벨 인터내셔널 이사는 “현재 발과 가슴에 부착하는 센서 2종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 절차를 마치고 하반기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단계”라며 “센서를 뒷받침할 무선전송기술 등 시스템을 보완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유치 성공… “코로나 시대 의료혁신 이끌 것”

3. 미국 노스웨스턴대 출신 한국인 공학자가 미국에 설립한 의료기기 기업 ‘사이벨’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등의 투자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사이벨 공동창업자인 이종윤 사이벨 인터내셔널 이사와 정하욱 대표, 미국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 교수와 앤서니 뱅크스 연구원. 사이벨·노스웨스턴대 제공
3. 미국 노스웨스턴대 출신 한국인 공학자가 미국에 설립한 의료기기 기업 ‘사이벨’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등의 투자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사이벨 공동창업자인 이종윤 사이벨 인터내셔널 이사와 정하욱 대표, 미국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 교수와 앤서니 뱅크스 연구원. 사이벨·노스웨스턴대 제공
과학계의 극찬을 받은 사이벨은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독일 드레가 사로부터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복잡하고 비싼 장비가 없어도 중저소득 국가의 신생아 및 영아사망률을 낮추는 인도적인 기술 대안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사이벨은 잠비아와 가나 등 의료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의 임산부와 신생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증상을 감시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사이벨 공동창업자인 이종윤 사이벨 인터내셔널 이사는 “가장 연약하고 섬세한 존재인 신생아 중환자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어떤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수면장애 환자나 임산부 모니터링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을 사전에 감시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호흡이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발생하는 소리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증세를 보이면 이를 알리는 방식이다. 현재 노스웨스턴대 병원과 함께 실제 코로나19 환자 모니터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사이벨의 목표는 고도로 선진화된 무선센서 기술을 통해 값비싼 병원 장비 없이도 모든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술을 한국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무선 센서#사이벨#비대면 의료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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