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홍 “자원소모 방식 한계 직면” 김준 “녹색 고민 차원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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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수장들 앞다퉈 ‘녹색 전환’

“기존의 채굴, 사용, 폐기에 의존하는 자원 소모적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지금 그린(Green)을 다시 얘기하는 것은 그동안 해오던 고민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국내 에너지업계 수장들이 앞다퉈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존 정유 및 석유화학 포트폴리오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최악의 ‘역(逆)오일쇼크’ 터널을 지날 수 없다는 의미다. 16일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70년대 오일쇼크,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유가 폭락 사태보다도 지금의 위기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 ‘포스트 오일’ 불붙인 코로나19

허 사장은 이달 초 GS칼텍스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량이 전체 수지 생산량의 1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며 친환경 경영 노선을 확고히 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SK그룹 구성원 교육사이트에 올린 영상 강의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선 탄소 리스크를 반영해 에너지·화학 기업의 기업 가치를 지금에서 30%는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가속시킨 유가 폭락과 수요 급감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포스트 오일’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같은 중동의 국영 석유기업을 제외한 굵직한 정유사들이 기반 사업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영국 정유사 BP는 자사 석유화학 자산을 약 50억 달러(약 6조 원)에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이네오스에 매각했다. 매각 발표 당일 BP의 주가는 약 3.4% 올랐다.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천연가스 비중을 장기적으로 60%로 낮추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도 포스트 오일 시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최근 2년간 ‘S&P 500’이 18% 성장하는 동안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를 포함한 ‘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인덱스’는 37% 이상 성장했다. 이에 대해 WSJ는 “마침내 그린에너지가 주류가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 재계 3·4세, 친환경 체질 전환 이끌어

국내 정유업계도 대규모 적자 위기 속에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분기(1∼3월) 합계 4조 원으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 4사는 2분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3000억 원대, 에쓰오일이 800억 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그린 밸런스 2030’을 선언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원유정제시설 증설 투자를 연기하는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재계 3·4세 젊은 경영자들도 친환경 에너지를 그룹 미래 전략으로 잡고 있다.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그룹 태양광, 수소에너지 투자를 챙겨왔다. GS그룹 4세인 허 사장도 폐플라스틱 등 친환경 복합수지 비중 확대를 초기부터 적극 추진해 생산 비중 10%를 달성한 주역으로 꼽힌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그간 에너지 전환이 거대 장기 과제처럼 인식됐다면, 코로나19는 지금 당장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한 분기점”이라며 “올해 하반기(7∼12월)를 기점으로 배터리나 첨단소재 등 신사업 투자가 대폭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이노베이션#허세홍#정유업계#녹색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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