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랑고'가 보여준 넥슨의 새로운 이별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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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9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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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가 지난 18일 정식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 2018년 1월 출시된 이후 약 2년간의 여정 끝에 서비스를 종료한 수많은 게임 중 하나로 이름을 남긴 셈이다.

넥슨에게 듀랑고는 모바일게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게임이었다. 지난 2018년 1월 출시된 듀랑고는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을 개발한 이은석 프로듀서의 신작이라는 점과 지구에서 공룡시대로 워프해 온 새로운 세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 등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라는 색다른 컨셉으로 무장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듀랑고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듀랑고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이렇듯 많은 이슈 속에 서비스를 시작한 듀랑고는 2018년 국내 론칭 초반 양대 마켓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해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지난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과 기술창작부문 기획시나리오, 그래픽 분야 등 3관왕을 차지해 그 기술력과 기획력 만큼은 대중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다.

매번 새롭게 생성되는 맵과 게임상에서 이뤄지는 공동체 생활 시스템 등 획기적인 시도를 보여준 듀랑고였지만, 이러한 시도가 무색하게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정식 서비스 직후 이어진 서버 문제는 듀랑고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고, 단조롭게 반복적인 생활형 콘텐츠는 게이머들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게임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업데이트 역시 게이머의 기대를 맞추기 어려웠다. 이에 매출 역시 큰 폭으로 떨어져 대중의 인식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듀랑고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듀랑고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더욱이 지난 4월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며, 누적 다운로드 1,200만을 달성하는 쾌거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게이머들의 마음을 끝끝내 돌이킬 수 없었던 것이 사실. 결국 듀랑고는 지난 10월 16일 개발자 노트를 통해 오는 12월 18일 공식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며, 그 2년간의 역사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한 달에도 수백 개 이상의 게임이 출시되고, 또 수십 종의 게임이 종료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대부분의 회사는 무미건조하게 공지 혹은 공식 자료로 서비스 종료를 알리고, 일정에 맞춰 별다른 이슈 없이 곧바로 마켓에서 게임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하지만 듀랑고는 이러한 기존 모바일게임의 서비스 종료 형식을 깨고,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게이머들을 위한 다양한 이별 선물을 제공할 것을 밝혔다. 여기에 넥슨은 게임 개발을 총괄한 왓스튜디오의 이은석 디렉터가 직접 등장하는 영상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자세히 알렸다.

또한, 게임의 중요 NPC였던 K의 목소리를 통해 담담하게 듀랑고의 마지막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는 신규 영상을 '마지막 무전'을 공개하는 등 “넥슨 답지 않은 행보”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먼저 듀랑고의 서비스는 종료되지만, 그동안 내가 플레이해왔던 기록은 온전히 남게 된다. 넥슨 측은 자신의 모바일 기기에 ‘개인섬’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인 ‘개인섬 기록하기’를 지원해 현재 즐기고 있는 게임과 동일한 화면으로 캐릭터를 이동하면서 ‘개인섬’을 둘러보고 촬영할 수 있다.

아울러 새로운 공간에서 새 캐릭터로 건물을 배치하고 가꾸며 ‘야생의 땅: 듀랑고’의 재미를 이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인 ‘창작섬’의 경우 7개의 캐릭터를 생성해 건물과 아이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악기 연주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창작섬’은 IP를 직접 입력하거나 같은 와이파이 환경에 있는 플레이어 목록을 확인해 친구 섬의 방문도 가능하다.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는 없지만, 기존에 함께 플레이를 즐긴 게이머들과 소통은 이어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이와 함께 모바일게임을 넘어 PC 플랫폼에서도 이 신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넥슨은 지난 17일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창작섬’의 기능을 모바일 플랫폼뿐만 아니라 PC플랫폼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PC판 준비 소식도 알렸다.

넥슨 측은 OS 업데이트 주기가 짧은 모바일 플랫폼보다 PC 플랫폼에서의 가치 보존의 수명이 더욱 긴 점을 고려헤 국내 모바일게임 최초로 PC판 오픈까지 선보이기로 결정했으며,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하는 유저들을 위해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마지막 선물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넥슨의 행보는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비록 새로운 시도에 비해 빈약한 콘텐츠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서버 이슈 등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듀랑고이지만,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들과 잠시나마 듀랑고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에게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것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듀랑고 서비스 종료 영상(자료출처-Durango: Wild Lands 유튜브)

사실 넥슨은 이번 듀랑고 이외에도 지난 8월 ‘어센던트 원’의 서비스 종료와 함께 서버 연결 없이 클라이언트를 실행시킬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M.O.E’의 경우 게임의 엔딩을 다룬 스토리를 업데이트하면서 비록 게임의 서비스는 종료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처럼 기존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넥슨에서 시도하고 하고 있는 새로운 이별 공식이 무미건조하게 게임을 설치하고, 또 지우는 풍도가 자리잡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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