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부르는 ‘이상지질혈증’… “국가적 대책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의사의 따뜻한 의료정책 이야기]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심혈관질환의 예방관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사망 원인 1위 질환인 심혈관 질환을 막으려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개선 및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보건당국에서도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죠.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상지질혈증을 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쉽게 말해 혈관 속에 지방이 낀 상태를 말합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혈중에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이거나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9월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까지 질환의 인식 개선과 예방, 치료, 재활 인프라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입니다. 이를 통해 심뇌혈관 걱정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건당국은 보건소와 동네의원에서 고위험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임상진료지침을 개발 보급해 선행질환(고혈압 당뇨병) 관리의 효과를 높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대책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의 중요 원인에 해당하는 고혈압 당뇨병 예방과 관리 등의 대책은 포함돼 있었지만 이상지질혈증에 대해서는 대책이 쏙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관련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구체적인 계획 마련 시기에 정부 측 인사의 무관심과 참여한 일부 의학자, 예방의학자 등의 분야 이기주의 때문에 고지혈증이 누락되는 황당한 사건이 생겼다”며 “고지혈증이 누락된 문제점에 대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KSOLA) 등 많은 관련 학회가 지적을 해 왔고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대책을 뺀 이유에 대해 복지부 측에선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물론 이상지질혈증이 국민들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국가 입장에서도 고혈압이나 당뇨병과는 달리 관리가 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종합관리 대책에 이상지질혈증이 빠지다 보니 혈관 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인 이상지질혈증이 자칫 간과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실제로 올해 초 발표된 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제도 개편안에서도 콜레스테롤 등 지질검사 주기가 기존 2년에서 4년마다로 연장이 됐습니다. 즉 국민들은 2년마다 한 번씩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 속에 건강상태를 파악했으나 올해부터는 4년마다 한 번씩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은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발병과 직접적 연관성이 밝혀진 중요한 원인인자입니다. 또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혈압, 혈당과 함께 지질(콜레스테롤)을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주요한 변수로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상지질혈증임에도 관련 대책이 쏙 빠지는 바람에 반쪽짜리 예방 대책이라는 비난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의학#건강#따뜻한 의료정책이야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