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 받는 중국 게임, 신뢰 잃은 한국 게임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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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형제들이 1, 2위를 지키면서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긴 하지만, 소녀전선을 필두로 한 중국 게임의 공습에 한국 게임 업체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에서 검증 받은 모바일MMORPG들이 상위권에 오를 때마다 과거와는 달라진 중국의 게임 개발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돌긴 했지만, 최근 순위를 보면 재평가 정도가 아니라 위협을 느껴야 할 수준이다. 맨날 글로벌 진출을 외치는게 아니라 안방 방어가 더 시급해 보일 정도다.

출시하자 마자 매출 3위에 오른 붕괴3, 대항해시대 팬들을 끌어들이면서 8위에 오른 라인콩코리아의 대항해의길, 10위권의 터줏대감이 된 이엔피게임즈의 반지, 지금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언제든 10위 안으로 치고 올라갈 저력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의 음양사까지 최근에 매출 상위권에 새롭게 얼굴을 드러낸 게임들은 대부분 중국 게임이다.

소녀전선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소녀전선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게임의 놀라운 발전 때문이다. 예전에 중국 게임이라고 하면 카피캣 수준이거나, 콘텐츠는 많아도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에서 한 수 아래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최근에 등장한 중국 게임들을 보면 이전과는 수준이 달라졌다. 중국 게임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다면 중국 게임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 인터페이스, 게임성 등 모든 부분에서 발전해 한국 대형 퍼블리셔들이 선보인 대작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유행 장르 쏠림 현상이 심한 한국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새롭다는 반응이다.

음앙샤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음앙샤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물론, 트리오브세이비어 표절 문제로 서비스를 중단한 로스트테일이나, 최근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카피캣 게임들처럼 여전히 베끼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임들도 많긴 하지만, 국내 퍼블리셔가 수입하는 게임들은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만한 게임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반면에, 최근에 등장한 국산 게임들은 4위에 올라 있는 넥슨의 액스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게임이 없는 상태다. 상위권에 여전히 국산 게임들이 많기는 하나, 대부분 확실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장수 게임들 뿐이다. 예전보다 더 많은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쏟아 부은 신작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긴 하나,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은 콘텐츠와 더 향상된 그래픽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예전과 달라진게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MMORPG 열풍 때문에 쏟아지고 있는 이른바 M시리즈 때문에 다 거기서 거기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게임 전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뽑기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으면서, 한국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무과금 이용자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서 혜자 게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게임들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게임이라고 하면 무조건 싸잡아서 도박 게임이라고 몰고 가는 분위기다.

붕괴3rd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붕괴3rd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재미있는 것은 요즘 호평받고 있는 중국 게임이 사실 VIP, 확률형 뽑기 등 과금 유도가 더욱 심한 편이라는 점이다. VIP 시스템 자체가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기도 하고, 중국에서 매출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쓰지 않으면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도록 설계 되어 있다.

실제로 최근 3위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붕괴3는 중국에서조차 과금 유도가 너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이다. 지나친 과금 유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성공하는게 이상한 게임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일본에 비해 아이템 가격을 비싸게 설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캐릭터,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모든 부분에서 한국 게임이 아직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에 등장한 한국 게임들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운영을 보이면서 중국 게임들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템 판매를 위한 비정상적인 밸런스, 메뉴를 전환할 때마다 뜨는 결제 유도 배너 등 극심한 과금 유도를 자제해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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