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생존’ 의지, 인공위성-발사체 강국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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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기술 강국에서 배우는 ‘우주전략’

이스라엘 연구진이 우주 공간과 동일한 환경을 재현한 초대형 ‘열진공 체임버’를 활용해 자국의 통신위성 ‘아모스’의 내구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제공
이스라엘 연구진이 우주 공간과 동일한 환경을 재현한 초대형 ‘열진공 체임버’를 활용해 자국의 통신위성 ‘아모스’의 내구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제공
“이스라엘 인공위성은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동급 인공위성 중에서는 이스라엘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오페르 도론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부사장(우주국 총괄 매니저)은 자국 우주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 자부심엔 근거가 있다. 이스라엘은 인구 80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지만 정찰용 인공위성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미사일우주그룹, 레이더그룹, 항공 분야 3개 그룹(국방, 민간, 기체개조)과 연구개발 전담그룹까지 거느린 기업 IAI가 이스라엘 항공우주 기술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중심이 돼 75t급 엔진 4개를 장착한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개발 중이다. 이 시기에 한국도 우리만의 독특한 우주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국 우주 기술을 완성해 산업과 연결해 나가고 있는 이스라엘, 인도, 중국, 일본 등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하는 주변 국가들의 우주 전략을 짚어봤다.

○ 핵심 기술에 집중하는 이스라엘


올해 2월 인도 스리하리코타의 사티시다완 우주센터에서 소형 인공위성 104개를 실은 인도의 우주발사체 ‘극궤도우주발사체(PSLV)-C37’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올해 2월 인도 스리하리코타의 사티시다완 우주센터에서 소형 인공위성 104개를 실은 인도의 우주발사체 ‘극궤도우주발사체(PSLV)-C37’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스라엘 우주 기술의 특징은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도록 투자한다는 점이다. 국가 생존에 필요한 정찰용 인공위성, 그 위성을 우주 궤도에 가져다 놓을 발사체 기술에 집중했다.

이스라엘은 우주발사체 ‘샤비트’를 보유하고 있다. 샤비트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1988년 처음 개발 당시 탑재체 무게가 100kg 정도였다. 이후 이 발사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1995년 개발한 후속 로켓 샤비트1은 200kg, 2007년에 개발한 샤비트2는 300kg의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았다. 우주로 쏘아 올릴 인공위성 무게를 늘리면서 단계별로 발전해온 셈. 이에 맞춰 이미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집약해 성능을 높여 왔다.

피니 구르필 애셔우주연구소 소장(테크니온공대 교수)은 “우리도 인공위성의 효율을 한층 높일 추진체 등을 독자 연구하고 있고, 차세대 위성에도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스라엘은) 대학과 산업계가 실질적 우주 기술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제성 중시하는 인도…대규모 자본으로 급성장하는 중국

1980년대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인도는 경제적인 발사체를 기반으로 한 위성통신, 지구관측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는 2013∼2015년 3년간 ‘극궤도우주발사체(PSLV)’로만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 해외 위성 28기를 발사해 총 1억100만 달러(약 115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인도가 2013년 쏘아 올린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의 발사 비용은 약 7400만 달러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올해 2월에는 발사체 하나로 인공위성 104개를 한 번에 쏘아 올리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발사 비용은 더 줄어든다. 이달 초에는 자체 개발한 ‘정지궤도우주발사체(GLSV)-MK3’로 3t급의 대형 위성을 고도 3만6000km 정지궤도에 올려놓는 데도 성공했다.

인도가 위성 발사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 단계적으로 발사체 성능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획기적 기술 진보보다는 경량화를 통한 비용 절감, 기술적 안정성을 중시했다.

중국은 첨단 우주 기술 확보를 목표로 정부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달 탐사 임무를 거쳐 2020년경에는 화성 착륙선을 발사해 화성 시료를 채취하고 2030년까지 지구로 귀환시킬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상업적 우주 활동 정책도 마련 중이다. 톈위룽 중국국가항천국(CNSA)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는 우주 기술 연구개발뿐 아니라 인재 양성과 국제협력까지 폭넓게 투자하고 있다”이라며 “위성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도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낸 일본은 2008년부터 범부처 ‘국가우주정책사무국(SNPS)’이 컨트롤타워가 돼 우주 정책을 수립, 조정한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우주 개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토 야스유키 일본항공우주연구기구(JAXA) 부원장은 “우주 정책은 단순히 우주로 나가는 것 이상의 구체적, 실질적 목표도 중요하다”며 “최근 우주 안보, 시민들의 우주 기술 활용, 과학 기술 연구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kyungeun@donga.com
텔아비브=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우주발사체 샤비트#이스라엘#인공위성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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